[스포츠] 야구 몰라요? ‘천만’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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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프로야구를 즐길 수 있는 자리잖아요. 대구에서 2박3일 짐을 챙겨 올라왔어요.”
여느 대학교 전공수업 못지않은 열기였다. 한 손에는 기록법 가이드를, 다른 한 손에는 펜을 움켜쥔 수강생들은 피곤한 기색도 없이 6시간 동안 이어진 강의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기록의 스포츠’ 야구의 숨은 묘미를 더 즐길 수 있게 해주는 KBO 기록강습회가 열린 16일 서울 건국대 새천년관 풍경이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중 시대의 문을 연 KBO리그의 열기는 기록강습회가 증명했다. 강습회는 이날부터 18일까지 사흘간 이어지는데, 야구 기록법을 보급하고 일반 야구팬의 기록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이래 매년 개최해온 행사다. KBO리그 1, 2군 게임 공식 기록위원이 직접 경기 기록 및 규칙, 야구 기록지 작성법 등을 알려주는 특별 현장강의다.
강습회 참여 열기는 해마다 점점 더 뜨거워지는 모습이다. 올해를 포함해 최근 몇 년간은 수강생 모집을 시작하자마자 정원이 다 찼다. 올해도 모집 공고가 열린 지 36초 만에 200명 정원이 찼다. 인터넷에선 기록강습회 수강신청 성공 노하우가 공유되고, 참가 인원을 늘려달라는 아우성까지 나올 정도다.
이날 기록강습회는 프로야구 인기의 현재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여성 야구팬 증가를 뜻하는 이른바 ‘야구 여풍’을 증명하듯, 올해 수강생은 여성이 105명으로 남성(95명)보다 10명 더 많았다. 지난해까지는 한 번도 빼지 않고 남성이 더 많았다. 또 20대 수강생이 70%를 넘는 145명으로, 팬층이 젊어지는 KBO리그의 추세를 그대로 반영했다.
여성 야구팬 이지영(23·대학생)씨는 “어릴 적부터 야구를 좋아했는데, 최근 들어 친구들과 함께 야구장에 가는 날이 많아졌고, 관심도도 더 커졌다”며 “마침 인터넷에서 기록강습회 공고를 보게 돼 신청했는데, 운 좋게 수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는데, 오늘 기록강습회를 들으면서 기록위원이란 직업에도 관심이 갖게 됐다”며 웃었다.
강습회 수강을 위해 먼 길을 마다치 않은 참가자도 많았다. 대구에서 왔다는 손이원(28)씨는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그런 야구를 더 깊고 세밀하게 보고 싶어서 기록강습회 수강을 신청했다. 나름 야구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강의를 들어보니 아직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2박3일간 수강하기 위해 원정경기에 나선 선수처럼 짐가방까지 꾸려 왔다.
이번 기록강습회는 첫날인 이날은 야구 기록의 개요 등에 관한 강연, 둘째 날인 17일은 세부 기록지 작성법 강연, 마지막 날인 18일은 실기 테스트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성적 우수자에게는 수료증을 주는데, 수료증은 향후 기록위원으로 취업할 경우 필요하다.
진철훈 기록위원장은 “지난해 10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의 흥행을 현장에서 느끼는 직군이 기록위원이다. 오늘 기록강습회를 통해 그 열기를 다시 느끼게 됐다. 매년 뜨거운 성원을 보내주시는 참가자들에게 감사한다”며 “기록위원은 야구의 사관이다. 그날그날의 경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선수 성적을 누적 통계한다는 사명감으로 기록위원 15명이 일한다. 기록강습회가 팬들에게 기록의 재미를 알려드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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