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판사 참수” 협박 글까지…서부지법·구치소 몰려간 尹지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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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지지자들이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이들은 ″담장 안에 있는 윤 대통령이 힘을 낼 수 있게 크게 함성을 지르자″고 했다. 손성배 기자

17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가 예상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구치소와 서울서부지법 등에서 전날부터 밤샘 시위를 벌였다.

이날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서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 회원과 윤 대통령 지지자 50여명은 1박2일 집회를 이어갔다. 참가자들은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체포적부심이 기각되자 공수처와 구치소를 오갔다고 한다. 동이 트기 전까지 난방버스 등에서 몸을 녹이며 대기하던 집회 참가자들은 오전 7시쯤부터 “구치소 담장 너머에 있는 대통령에게 들리도록 외치자”는 사회자 선창과 함께 “대통령을 석방하라”, “공수처 해체”, “이재명 구속”, “탄핵 무효” 등 구호를 외쳤다.

인천 중고차 매매상사에서 일하는 정재원(28)씨는 “어르신들이 밤새 밖에서 추위에 떨고 있어 100만원을 내고 어묵·붕어빵 등을 무료로 먹을 수 있는 푸드트럭을 불렀다”고 말했다. 태극기와 성조기, 이스라엘 국기를 깃봉에 달고 오전 7시부터 나와있었다는 A씨(56)는 “대통령을 체포해 구속하는 건 자유 대한민국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유튜브 ‘신의한수’ 채널 운영자 신혜식씨는 단상에서 “토요일 1000만 애국시민이 광화문에 모여 국민 저항권을 행사하자”고 말했다.

더민주경기혁신회의와 유튜브 정치한잔 등은 같은 시각 서울구치소 정문 우측에서 탄핵 찬성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내란수괴 집들이’ 팻말을 만들어 두루마리 휴지, 세제, 락스 등 집들이에 사용하는 선물들을 두기도 했다. 자영업자 김일호(43·인천 거주)씨는 “집회 때마다 태극기를 가지고 나오는데, 시민들의 태극기가 극우세력의 전유물이 돼 혐오의 상징이 됐다”며 “태극기를 시민의 것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민영(48·경기 수원)씨는 “군 입대를 앞둔 아들이 있어서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내란으로 인한 혼란을 더 절실하게 느낀다”며 “나라가 분열되는 것 같아 속상하고 눈물 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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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이 구금돼있는 서울구치소 앞에서 탄핵, 내란우두머리 혐의 처벌을 촉구하는 유튜브 정치한잔, 더민주경기혁신회의, 시민들이 모여 집회를 열고 태극기를 흔들며 ″대통령을 구속하라″고 외치고 있다. 손성배 기자

서울서부지법 입구에선 대통령 지지자들이 인간 띠를 만들고 법원 출입구를 막았다가 경찰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 서울 마포경찰서는 20대 남성을 법원 철제 펜스를 닫으려는 법원 직원을 밀치는 등 업무방해 혐의로 전날 오후 11시쯤 체포했다. 경찰이 법원 입구를 막자 일부 지지자들은 법원 인근 공덕소공원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이날 오후 3시쯤 시위에 참여한 조모(28)씨는 ‘이재명, 너 대선 졌잖아’라고 쓴 팻말을 들고 “서부지법이 가장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쯤엔 불법 집회 해산을 요구하는 경찰관이 집회 장면을 촬영하는 이의 삼각대를 건드리면서 몸싸움이 벌이지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경찰이) ‘똑바로 하라’는 말에 순간 욱해 삼각대를 건드렸다고 한다”며 “시위자들이 심한 욕설을 하면서 갈등을 빚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모(34)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경찰이 삼각대를 발로 차는 영상을 보고 화가 나서 왔다”며 “판사 살해 같은 표현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인간 띠를 만들고 물러나지 않는 지지자들에게 “법원 100m 밖으로 이동하라”며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땅에 드러누워 “사람 잡네 사람 잡아”라고 외쳤다. 이 과정에서 119구급대가 출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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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앞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지지자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를 막겠다며 인간 띠를 이루자 경찰이 법원 100m 밖으로 물러나라는 안내방송을 하며 통제하고 있다. 김창용 기자

한편 서울중앙지법에서 윤 대통령 측 체포적부심사 청구를 기각한 판사를 살해하겠다는 취지의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마이너 갤러리’에 게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소준섭 (판사) 출퇴근길에 잡히면 참수한다”는 내용으로 현재는 삭제됐다. 한남동 관저 앞 탄핵반대 집회 현장에도 헌법재판관들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글도 붙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판사 살해 게시 글을 인지한 직후 소준섭 판사 소재지를 파악한 뒤 신변 보호가 필요한지 물었지만 소 판사가 고사했다고 한다. 소 판사는 “걱정은 되지만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불안을 체감하게 되면 요청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경찰은 중앙지법 주변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서부지법은 법원 청사 주차장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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