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겉모습 트램인데 선로 필요없다? 일반도로 달리는 'TRT' 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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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토교통부는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열고 대전시가 신청한 ‘3칸 굴절버스’의 시범운행사업에 대해 차량 길이 제한 등과 관련한 특례를 부여한다고 결정했습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굴절버스의 길이를 19m 이내로 제한하고 있지만, 3칸 굴절버스는 30m가 넘어서 특별히 예외를 허용하지 않으면 운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인데요.
국토부는 그러면서 ‘3칸 굴절버스’는 무궤도 노선(도로)에서 운행하는 고무바퀴 타입의 차량으로 기존 버스에 비해 탑승정원 증가와 차량운영비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해 말 열린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선 “규제샌드박스를 거쳐 무궤도 트램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발표됐는데요. 얼핏 보면 두 사안이 버스와 트램으로 각기 다른 얘기인 듯싶지만 실제로는 같은 내용입니다.
3칸 굴절버스 또는 무궤도 트램으로 호칭한 신교통수단은 흔히 ‘TRT(티알티,Trackless Rapid Transit)’로 불리는데요. 영문 그대로 해석하면 ‘무궤도 급행차량시스템’이지만 좀 더 풀어서 얘기하자면 ‘무궤도 무가선 타이어 트램’ 정도가 될 듯싶습니다.
TRT는 겉모습만 보자면 사실상 무가선 트램(전력공급선이 필요 없는 트램)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또 무가선 트램과 마찬가지로 배터리나 수소연료전지 등을 활용해 달립니다. 다만 차량 바퀴가 대부분 철제인 트램과 달리 고무 타이어인 점이 차이인데요.
물론 경전철 중에도 고무바퀴인 경우가 있습니다. 의정부경전철과 부산도시철도 4호선 등이 대표적인데요. 하지만 이들 경전철은 바퀴만 고무일 뿐 일반 열차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트랙 위를 달리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반면 TRT는 마치 버스처럼 일반도로를 별다른 제약 없이 주행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기존의 버스전용차로를 그대로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별도의 트랙(선로)을 놓아야 하는 트램보다 건설기간이 훨씬 짧고, 비용도 덜 들어간다는 게 장점으로 꼽힙니다.
또 트램 등 철도 시스템은 관제센터 설치와 운영이 필수이지만 TRT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TRT는 통상 3 모듈(칸) 한 편성이지만 필요에 따라 4 모듈, 5 모듈까지 늘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3칸을 기준으로 하면 한 번에 최대 200~240명 정도를 수송할 수 있는데요. 양방향 운전이 가능하고,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도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속도는 시속 80~100㎞가량입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TRT는 중국의 CRRC(중궈 중처) 관계사들에서 많이 제작되고 있으며, 지난 2019년 말 중국 쓰촨성의 이빈시에서 세계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중국과 아랍에미리트,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10개 노선(120㎞)이 운영 중이고, 추가로 9개 노선(340㎞)이 건설 중에 있다고 하는데요. 아직 운영 노선이 길지는 않지만, 관심을 보이는 나라들이 여럿 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대전시가 가장 적극적인데요. 대전시는 우선 서구 도안동 일대의 교통체증 완화를 위해 TRT 시범운행에 대한 특례를 받았지만, 궁극적으로는 대전도시철도 3호선을 TRT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대전시는 도시철도 2호선에 수소전기트램을 운행키로 하는 등 신교통수단 도입에 열의가 상당합니다. 계획대로 된다면 대전에선 수년 내로 트램과 TRT 등을 모두 경험해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TRT가 본격 도입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비싼 가격이 걸림돌입니다. 차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3 모듈 한 편성이 약 30억 안팎으로 전해지는데요.
트램(5 모듈 한 편성, 약 40억원)보다는 저렴하지만, 세종시 등 국내에서 운행되고 있는 ‘2칸 전기굴절버스’(약 9억원)와 비교하면 3배나 비싼 수준입니다. 바꿔 말하면 TRT 한 편성을 살 돈이면 2칸 전기굴절버스 3대를 살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버스 2대를 이어붙인 형태의 2칸 전기굴절버스는 입석을 포함해서 한 번에 90명 정도 탈 수 있습니다. 3대면 270명을 수송할 수 있다는 계산인데요. 게다가 TRT가 한번 다닐 동안 2칸 전기굴절버스는 3대를 운행할 수 있어 배차 간격도 훨씬 촘촘하게 됩니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 전문가는 “통근시간대에는 큰 차로 한 번에 대량 수송하는 게 좋겠지만, 수요가 적은 시간대에는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다”며 “2칸 전기굴절버스와 비교해서 가성비를 잘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번엔 TRT 도입의 걸림돌이었던 길이 제한에 예외가 허용됐지만, 정식으로 도입하는 때에는 관련 법규정을 개정하는 절차를 거쳐야만 합니다.
설계수명과 법적 차령 제한 간 차이도 적지 않습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TRT는 설계수명이 25년에 일정 점검을 거쳐 5년을 더 쓸 수 있도록 제작된다”고 말합니다. 최대 30년을 쓸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하지만 국내 자동차관리법 상 버스는 사용 가능 연한이 9년이며, 관련 점검 절차를 거쳐 2년을 더 운행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 11년이 한계입니다. TRT를 버스로 규정하면 이에 따라 설계수명보다 훨씬 일찍 폐차해야 합니다.
또 지자체가 TRT 사업을 할 때 국고 지원을 받기 위해선 TRT가 ‘간선급행버스체계(BRT·비알티, Bus Rapid Transit)의 건설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서 규정하는 운송수단으로 인정받아야만 하는데요. 이 경우 수도권 이외 지역에선 총 사업비의 50%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장벽들이 다 해소되려면 올해 말 시작 예정인 대전의 TRT 시범사업이 순조롭게, 기대한 효과를 제대로 발휘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대전에서 선보일 TRT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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