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부지법 찾은 법원행정처장 “TV로 본 것보다 20배 참혹∙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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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직후 시위대에 습격당한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찾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 부정이자 심각한 중범죄”라고 우려를 표했다.
천대엽 처장은 19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을 찾아, 간밤에 발생한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대책 회의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천 처장은 “현장을 보니 TV로 보던 것보다 10배 20배 참혹한 상황을 확인하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30년간 판사 생활하면서 예상할 수도 없었고 일어난 적도 없는 상황이고,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자 형사상 심각한 중범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부터 탄핵 절차에 이르기까지 국민 여론이 많이 분열된 상황을 잘 알고 있지만, 모든 것은 헌법이 정한 사법 절차 내에서 해소돼야만 우리나라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주시길 간곡히 국민 여러분께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차은경 나와!” 욕설·고성 난입
앞서 19일 오전 2시 50분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서부지법 인근에서 영장 결과를 기다리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격분해 법원 내부로 침입했다. 마이크를 쥔 여성이 “다 부셔!”라고 외치는 등 혼란을 조장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법원 후문 경찰 경비를 밀어내며 진입한 것을 시작으로 법원 경내로 들어간 시위대는 들고 있던 도구들로 청사 창문과 벽체를 파손하고, 깨진 창문을 통해 청사 내부로도 진입했다. 법원 출입구 밖에 있던 인원들이 경찰 경비 인력을 제치고 철문을 젖혀 올렸고, 안에 들어간 사람들이 유리문을 열어주며 수십명의 침입자가 청사 내부로 들어갔다.
이들은 입구에 위치한 민원실 및 청사 1층 접수실 등 파손은 물론, “차은경 나와!” “위로! 위로!”를 외치며 법정 방향 5층 계단까지 침입했고 일부는 보안 유리문을 깨고 법정 쪽으로 향하는 사람도 있었다. 소화전이 터지고 각종 잔해가 흩어지며 청사 내부는 아수라장이 됐고, 이 모습은 당시 생중계 중이던 일부 유튜버들의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소동 초기에 일부 “침착해!” “위험 행동하지 말아 주세요”라며 진정시키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먹혀들지 않았다. 현재 경찰은 서부지법을 집단 침입한 46명을 특수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입건했다.
천대엽 “판사 신변 위협 없어야 독립 재판, 법치주의 가능”
천 처장은 피해 상황을 확인한 뒤 “밤을 새워서라도 내일 정상 업무가 가능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행히 법원 직원 중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주말 당직 법관으로 윤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맡았던 차은경 부장판사는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해 앞으로 경찰이 차 부장판사의 신변 보호에 나설 예정이다. 천 처장은 “판사님들이 신변에 대한 위협 없이 재판을 소신껏 독립적으로 할 수 있어야만 법치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며 “차 부장판사의 신변에는 현재 이상이 없으며, 저희도 판사님들 신변에 지장 없도록 여러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 처장은 연이어 경찰청을 방문해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과도 이번 사태를 논의했다. 이후 “사법 역사상 유례없는 참담한 사건을 맞이했지만, 법치주의가 이 일을 계기로 무너져선 안 된다며 경찰과 법원 모두 각자 노력하기로 했다”며 “이번 사태에서 다친 경찰관들에 대해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속히 모든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와서 법치주의가 바르게 작동하길 간절하게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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