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푸틴 손잡는 전략 불가능…머스크는 '제2의 키신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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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왕원 인민대 충양금융연구원 원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미중 관계를 전망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대해 중국을 견제하는 이른바 ‘역(逆) 키신저 전략’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

왕원 인민대 지역연구원장 인터뷰

왕원(王文·45) 인민대 충양(重陽)금융연구원 원장은 지난 1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출범을 맞아 부상하는 트럼프-푸틴 신밀월 관계에 대해 이처럼 내다봤다. 반러와 반미 정서가 가득한 미·러 정치 현실에서 4년 임기인 트럼프의 전화 한 통이 푸틴을 유인하기 어렵다는 관점에서다.

왕 원장은 지난해 11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토론클럽 회의에서 푸틴에게 "트럼프와 손잡겠느냐"고 돌발 질문을 던졌다. 주목받는 소장파 전략가인 그는 트럼프 2기의 실세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중 갈등을 중재하는 '제2의 키신저'가 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중앙일보는 트럼프 시대를 맞아 다른 의미에서 부각되는 '키신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왕 원장과 1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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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7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클럽 연차총회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서 왕원 중국 인민대 충양금융연구원 원장이 미·러 연대 가능성을 묻고 있다. 충양연구원 홈페이지 캡처

트럼프와 푸틴이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는 ‘역(逆) 키신저 전략’이 가능할까.
“내 개인적인 연구와 경험으로는 불가능하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다. 미국에는 많은 반러 분자가 있고, 러시아에도 반미 분자가 많다. 트럼프의 전화 한 통으로 푸틴을 품을 수 없다. 둘째, 지난 몇 년 동안 중·러 관계도 긴밀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푸틴을 지난 12년간 40차례 이상 만났다. 임기 4년의 트럼프가 어떻게 전화 한 통으로 푸틴의 마음을 돌릴 수 있겠나. 셋째, 중·러 전략 관계의 탄탄한 기초다. 몇 해 전 헤이룽장성에서 1000여㎞가 넘는 중·러 국경을 직접 운전하며 여행했다. 병사나 주둔군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이런 전략자산을 왜 망가뜨리려 할까. 대신 전략적 안정을 이뤘던 중·미·러 대삼각(大三角)으로 균형을 이룰 것이다. 두 나라가 한 나라를 공격하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
트럼프 2기 들어 미·중이 경쟁할 핵심 분야는 뭔가.
“첨단 과학기술과 경제무역 두 분야를 꼽겠다. 현재 중국 평가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인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중국과 미국의 기술 격차는 1~2년 정도다. 약 6개월 차이의 분야도 적지 않다. 미국은 2나노 이하 칩(반도체)이나 챗GPT(생성형 인공지능)가 있지만 모두 시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미국 시장은 중국 시장만큼 크지 않다. 중국의 잠재력이 미국보다 큰 이유다. 경제무역 분야에서 중·미 간 경쟁도 매우 치열할 것이다. 트럼프 1기 무역전쟁은 사실상 미국이 성공하지 못했다. 무역총액이 줄지 않았고, 중국의 대미 흑자도 줄이지 못했다. 트럼프가 다시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해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중국의 대외무역에 영향을 끼칠 순 있다. 기업을 몰아붙이면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포석을 넓혀 대응할 것이다. 결국 트럼프 임기가 끝나는 2028년이 되면 더 많은 중국 기업이 글로벌화를 이뤄 이익을 다원화하는 데 성공할 것이다.”
‘트럼프 효과’인가.
“맞다. 중국 네티즌은 트럼프(川普·촨푸)가 중국의 제2 건국을 도왔다며 ‘촨젠궈(川建國)’라는 별명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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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왕원 인민대 충양금융연구원 원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미중 관계를 전망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트럼프 2기 외교·안보 진용이 중국에 강경한 매파 일색이다.
“'트럼프 2.0' 시기 외교에서는 치열한 경쟁과 동시에 제재·반(反)제재가 펼쳐질 것이다. 지난 8년간 약 1000개 이상의 중국 기업이 미국의 제재를 받았다. 여기엔 중국 국방부장도 포함된다. 중국도 제재로 반격했다. 국무장관 내정자인 마코 루비오를 제재했고 많은 미국 기업을 제재하고 있다. 단, 중국에 있어 투쟁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투쟁의 목적은 대등한 존중을 받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미래에 더 넓은 영역에서 미국과 협력을 실현하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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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악수하고 있다. 머스크는 당시 중국중앙방송(CC-TV) 뉴스 화면을 갈무리해 X에 올리며 “모두에게 번영이 있기를”이라며 미·중 협력을 희망했다. X캡처

머스크가 트럼프 정부에 입각했다. 중국은 그에게 중재자 역할을 기대하나.
“머스크가 키신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머스크가 적극적으로 중·미 갈등을 완화하고 이해를 증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완충 역할을 못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최근 인민일보가 지난해 테슬라가 중국에서 거둔 최대 실적을 언급했다. 중·미 양국 간의 평화공존, 상호존중, 협력 상생을 일깨운 보도다. 미 엘리트는 오판하지 말고 중·미 관계를 이성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트럼프의 압박에 대응하는 중국의 핵심 기조는 뭔가.
“중국은 주도적으로 미국을 도발하지 않겠지만, 미국의 어떤 압박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이게 핵심 기조다. 중국은 미국과 충돌을 원하지 않지만, 미국과 충돌도 두렵지 않다. 미국이 먼저 도발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단호하게 반격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1월 대만·인권·체제·발전 등 4개의 '레드라인'을 그었다. 만일 미국이 대만 문제로 도발한다면 미국은 과거 한국전쟁보다 더 비참하게 패배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이 장기적 관점에선 중국에 더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많은 중국 네티즌들은 트럼프 1기가 중국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실제 중국의 개혁은 압박이 필요하다. 내부에 많은 압박이 있고 외부에도 많은 압력이 있다. 중국의 특징은 나쁜 일을 좋은 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다. 미국의 대통령이 누구인가가 아니라, 중국이 진정으로 개혁하고 높은 수준의 개방을 더욱 심화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미국은 여전히 중국에 가장 중요한 외부 국가이지만 그 중요성은 줄고 있다.”
중국 병법에 “불변으로 만변을 대응한다(以不變應萬變)”는 지침이 있다.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과 지난 11월 페루 회담에서 미·중 관계의 네 가지 불변(不變, 안정·건강·지속가능한 관계, 상호존중·평화공존·협력공영이란 원칙, 주권·안보·발전이익 수호, 전통적 우호 계승)을 말한 이유다. 반대로 미국은 클린턴→오바마→트럼프→바이든으로 바뀔 때마다 관여(engagement), 봉쇄(containment),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위험 제거(derisking)으로 기조를 바꿨다. 앞으로 4년 동안 중·미 관계에 전쟁이나 파괴적 전복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기복은 있을 수 있지만, 중국은 지속가능한 관계를 바란다.”
미·중 빅딜론을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전략적 거래를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트럼프와 화해·조정·타협을 원한다. 트럼프 1기에도 중·미 간에는 빅딜이 있었다. 코로나19가 없었다면 당시 맺은 무역협정은 실현됐을 것이다. 미국의 보잉 항공기를 더 많이 구매하고, 많은 첨단 기술 제품을 구매했을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팔려 하지 않는다.”
대만을 놓고 전략적 빅딜도 가능한가?
“대만은 거래할 수 없다. 중국은 대만을 미국의 카드로 여기지 않는다. 대만은 원래 중국의 것이다. 대만이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될 순 없다. 중국은 더 많은 전략적 인내심을 갖기로 결정했다. 단, 한반도 문제는 (미국과) 더 많은 협력과 협상을 할 수 있다. 중국 역시 한반도가 안정을 유지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최근 북·중 관계는 문제 없나.
“미국과 한국의 일부 언론이 보도하는 중·북 갈등설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 20~30년간 김일성·김정일·김정은까지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는 변하지 않았다. 절대 변하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의견 차이는 있다. 형제 사이에서도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20년 동안 변한 적이 없다.”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는 빈도는 확실히 줄었는데.
“중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주한미군, 주일미군이 동해와 서해에서 훈련하는 것은 북한 정권의 안전에 위협이 된다. 국제문제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더 부유하고 더 강한 한국이 남북 문제에서 더 명석하고 더 큰 그림을 그려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서구에서 제기한 ‘차이나 피크론’은 어떻게 보나.
“국내총생산(GDP)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 서구 경제학의 한 견해일 뿐이다. 미국은 마약과 총기거래를 모두 GDP에 포함한다. 중국에는 없는 수치다. 대신 두 가지 지표가 중요하다. 첫째, 발전량이다. 중국의 발전량은 미국보다 두 배 많다. 둘째, 제조업이다. 중국의 제조업 규모는 미국의 2.5~3배다. 중국 경제는 이미 미국을 넘어섰다. 중국은 경제적 측면에서 미국과 누가 1위인지 경쟁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중국의 지혜다.”

왕원은 누구

중국 인민대학 충양(重陽) 금융연구원 겸 지역연구원 원장이자 실크로드학원 원장. 중국 국무원(정부) 자문기구인 참사실 금융연구센터 연구원이다. 환구시보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지난 2016년 시진핑 주석이 주최한 철학 및 사회과학 전문가 좌담회에 주요 발언자로 참석한 뒤로 급부상한 중국의 차세대 소장파 전략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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