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소셜미디어(SNS)앱 틱톡이 미국 내 서비스를 중단했다. ‘틱톡 금지법’(적대국의 통제를 받는 앱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는 법률)이 19일(현지시간) 발효됨에 따른 조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

18일 오후 9시(현지시간), 미국 내에서 틱톡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 미국 현지에서 앱에 접속할 경우, “죄송합니다. 틱톡은 현재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 메시지가 나왔다. 앱스토어에서도 삭제됐다.

이는 지난해 4월 ‘중국이 틱톡을 통해 미국인의 정보를 수집하거나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미 의회가 제정한 ‘틱톡 금지법’에 따른 조치다. 이 법은 270일 안에 틱톡 모기업인 바이트댄스가 틱톡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서비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미국 외 지역에선 접속이 가능하다. 틱톡은 안내 메시지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이후 틱톡 복원을 위한 해결책을 함께 찾자고 밝힌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공지했다.

18일 오후 미국에서 틱톡에 접속할 경우, 앱은 실행되지 않고 현재 이용할 수 없다는 알림 메시지가 뜬다. 틱톡 캡처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8일 미국 NBC와 인터뷰에서 “(미국 내 사업권 매각 시한을) 90일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만약 그렇게 결정한다면, (취임 당일인) 월요일에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틱톡 금지법은 ‘매각 관련 중대한 진전이 있을 경우 추가로 시한을 90일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기 재임 당시 국가안보 위협 등을 이유로 미국 내 틱톡을 금지하는 행정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팔로워 1480만명을 모으는 등 틱톡을 통해 젊은 세대 지지를 얻으며 틱톡에 호의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후 틱톡 사업권 매각 외 대안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일단 해당 법안이 공화당과 민주당의 초당적 지지를 받아 의회를 통과했고 틱톡 측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연방대법원에서 기각했기 때문에 그대로 시행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뉴욕타임스(NYT)는 앨런 Z. 로젠슈타인 미네소타대 법학 교수를 인용해 “행정명령은 법이 아니다”라며 “의회에서 통과되고 바이든 대통령이 사인한 법안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법학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틱톡이 중국의 통제 하에 있지 않다는 점을 확실히 하면, 의회를 거치지 않고도 이 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현 시점에선 미국 내 기업과 합병하는 방안이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CNBC 등은 AI검색 기업 퍼플렉시티가 바이트댄스에 자사와 틱톡US 등 회사를 포함해 새로운 법인을 설립해 합병하자는 내용의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틱톡이 일관되게 매각 의사가 없음을 표명한만큼, 합병법인 설립이 더 가능성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틱톡을 인수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블룸버그는 지난 14일 중국 정부는 틱톡 금지법이 시행될 경우,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X(옛 트위터)가 틱톡US를 인수하는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와 바이트댄스 측은 “허구”라며 내용을 부인했다.

별도 조치가 취해지기 전까지 틱톡은 미국 현지에서 이용이 정지된 채로 남을 예정이다. 이 경우 ‘틱톡 난민’으로 불리는 인플루언서들이 유사한 동영상 SNS 서비스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레드노트(샤오홍슈)는 지난 14일 미국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현지에선 틱톡난민이 대거 유입된 효과로 본다. 로이터 통신은 앱 데이터 분석 기업인 센서타워를 인용해 샤오홍슈 이용자가 전년 대비 200% 이상, 전주 대비 194%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틱톡의 기존 경쟁자들도 틱톡 난민을 향한 적극적인 구애 작전에 나섰다. 지난 13일 미국 CNBC는 “최근 인스타그램 경영진이 긴급 회의를 열어 틱톡 금지법 시행 이후 새로운 사용자 유입에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 유튜브도 쇼츠 길이를 최대 3분으로 늘리는 등 틱톡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 법원에서 틱톡금지법 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오던 지난 10일, 틱톡커들이 법원 앞에서 '틱톡을 유지하라'고 요구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숏폼 콘텐트 최강자인 틱톡이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입지가 흔들림에 따라, 차세대 숏폼 주자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틱톡은 지난해 7월 발간한 ‘숏폼 드라마 백서’에서 숏드라마 시청자가 2억~3억명에 달할 것이며, 시장 규모도 100억 달러(약 14조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자체 전망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스푼랩스(비글루), 왓챠(숏차) 등 기업들이 숏드라마 플랫폼에 뛰어든 가운데, 틱톡의 뒤를 이을 숏폼 강자가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