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탄핵집회 홍해의 기적에 감동" 세계 3대 SF상 후보 오른 정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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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저주토끼』(2017)로 2022년 부커상 국제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49)가 SF 소설집 『그녀를 만나다』(2021)의 영문판 『너의 유토피아(Your Utopia)』(2024)로 세계 3대 SF문학상으로 불리는 필립 K. 딕상 후보에 올랐다. 정보라는 한국인 작가로는 처음 이 상의 후보가 됐으며 그의 작품은 올해 6개 후보작 중 유일한 번역본이다.
표제작 '너의 유토피아'는 전염병으로 인류가 사라진 행성에서 고장 난 휴머노이드를 태우고 배회하는 스마트 자동차의 이야기. 초판 표제작 '그녀를 만나다'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기원하며 쓴 작품이다. 영문 번역은 『저주토끼』를 번역한 안톤 허가 맡았다. 포항에 거주하고 있는 정보라 작가를 지난 17일 줌으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2022년 부커상, 2023년 전미도서상(저주토끼)에 이어 올해도 큰 상의 후보가 됐다.
- 번역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독일에서 『저주토끼』가 라이프치히도서전상(번역서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을 때도 독일어로 작품을 옮겨주신 이기향 선생님이 상을 받았다. 제가 번역자 복이 정말 많다.
- 필립 K. 딕상은 어떤 상인가.
- 미국에서 출판된 SF소설에 주는 상이다. 주로 장편 소설이 받아온 상인데 단편소설집으로 후보에 올라간 것이 이례적이고 큰 영광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작품'에 주는 상이라고 들었다.
- 최근 한국 문학의 위상이 달라졌다고 느끼나.
- 지금까지는 주로 중국학이나 일본학을 전공한 백인 교수들이 부전공으로 한국학을 공부하다가 한국의 순문학을 영미권에 소개하는 방식으로 '문학 수출'이 이뤄졌다. 지금은 장르문학, 순문학 할 것 없이 해외에 나간다. 프랑스에 갔더니 미스터리물을 쓰는 서미애 작가 작품이 엄청나게 인기가 많더라. 남미에서는 한국 SF소설 인기가 케이팝 못지않다. 한국 작가뿐만 아니라 번역가들도 주목을 받는다는 점도 큰 변화다.
- 사회 이슈를 소재로 작품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 실제 상황이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을 때가 많으니까. 『너의 유토피아』 수록작인 '씨앗'은 대기업의 자원 독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썼다. 그게 벌써 12년 전 일인데 그간 기후 위기나 자원 고갈이 심각해지지 않았나. 그런 문제가 해결이 안 되니까 지금 주목을 받게 된 것 같다.
- 최근 폴란드 작가 브루노 야센스키(1901~1938)의 디스토피아 소설 『나는 파리를 불태운다』를 한국어로 옮겼다. 안톤 허의 소설도 번역 중이라고 들었다. 전업 작가가 된 후에도 계속 번역 일을 하는 이유는.
- 번역은 좋아서 하는 일이고 번역이 글쓰기 선생님이다. 저보다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의 작품을 번역하면서 나도 이런 실험을 하고 싶다거나 관점을 바꾸고 싶다거나 하는 욕구가 일어나는데 그게 굉장히 도움이 된다. 한국 독자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
- '데모하는 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최근 어떤 데모에 참여했나.
- 탄핵 집회에 나갔다. 지난주에는 경북 구미 한국 옵티컬 하이테크 고공 농성 1주년 희망 텐트를 찾았다. 지난 8일에는 퇴직금 소송 선고가 있었다. (정 작가는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연세대에서 러시아문학을 가르쳤지만 퇴직 후 학교 측으로부터 퇴직금을 받지 못했고, 연세대를 상대로 퇴직금 지급 소송을 내 승소했다) 그날 서울에 갔다가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농성에 갔다.
- '사회파SF'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계엄 사태도 언젠가 소설에 등장할까.
- 그 상황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에 글로 써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다만 집회에 나가 감동한 적은 많다. 지난달 국회 앞에 갔을 때는 장애 여성 한 분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자 인파로 꽉 막혔던 길이 홍해처럼 갈라지더라. 일반 시민들의 수준은 여기까지 왔는데 정치 수준은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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