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빚 못갚는 소상공인…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준 돈 40%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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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자영업자 비명

은행 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해 보증기관이 대신 빚을 갚아준(대위변제) 자영업자·소상공인·중소기업 등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19일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신용보증재단(지역신보)의 일반보증 대위변제액은 2조3997억원으로 전년(1조7126억원)보다 40.1% 늘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보증 잔액 대비 대위변제 순증액을 나타내는 대위변제율도 지난해 5.66%로 2023년(3.87%) 대비 크게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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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기술보증기금(기보)의 중소·벤처기업 일반보증 대위변제액도 지난해 1조1568억원 순증했는데, 순증액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1조31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 규모였다. 대위변제율 역시 지난해 4.06%로 2007년(4.13%)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상공인·중소기업 등이 코로나19팬데믹 이후 대출을 크게 늘린 뒤 아직 이를 갚을 만한 여력을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말 소상공인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73.8%는 사업 목적으로 대출을 받고 있었고, 이 중 93.7%는 원리금 상환, 이자 납부 등에 관해 부담을 느꼈다.

이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지난달 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평균 연 5.16~6.26%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전달보다 최대 0.12%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의 신용대출 최고 금리(평균)는 연 6.27%에서 6.4%로 올랐다. 신용등급이 낮은 경우(6등급 이하)엔 대출 금리가 연 13%를 넘는 은행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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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이자 부담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연 3%로 동결한 데다 은행권이 중소기업 신용위험(리스크)에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서다. 새해 신규 공급처를 확보하는 등 경영에 필요한 운전자금 대출이 급한 중소기업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은행권에서 새해 영업을 위해 대출 빗장을 푼 가계대출과 비교가 된다. 한국은행이 203곳 금융사 여신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국내 은행이 예상한 올해 1분기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는 39로 나타났다. 2022년 4분기(39) 이후 가장 높다.

영세 사업자들의 사정은 올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주요 연구기관들의 분석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최근 김 의원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소기업은 통상환경 변화, 환율 상승 등 대외 여건에 대한 대응과 준비가 부족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는 최근 소비 심리 위축에 직격탄을 맞았다.

전문가들은 단계별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파산하는 기업이 더 늘 수 있다”면서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은 무너지지 않도록 지원하고, 회생이 어려운 한계기업은 폐업이나 재취업 등으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서민·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지원과 채무조정 등을 포함한 ‘서민금융 종합 지원방안’을 다음 달 발표할 계획이다. 한국은행은 중소기업을 위해 올해 ‘저리 대출(금융중개지원대출)’ 지원 규모를 9조원에서 14조원으로 확대한다. 해당 대출은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을 위해 기준금리보다 낮은 이자율로 시중은행에 지원하는 자금이다. 한국은행은 900억원가량 이자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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