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유의 현직 대통령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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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15일 체포된 데 이어 나흘 만인 1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구속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양복 대신 수의를 입은 채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12·3 비상계엄 선포 47일 만의 일이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일로부터 3주 뒤인 2017년 3월 31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전직 대통령으로 구속수감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2시59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차은경 서울서부지법 민사1-3부 부장판사가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대기하던 서울구치소에서 정식 수감 절차를 밟았다.
윤 대통령은 앞서 18일 오후 2시부터 다섯 시간가량 열린 심문에 직접 출석해 “계엄은 국정 운영 정상화를 위한 결단이었다”는 취지의 5분간 최종 발언을 포함해 45분간 직접 소명에 나섰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변호인단도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반면에 공수처 차정현 부장검사 등은 “대통령실 고위 참모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하고,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영장 집행을 막는 등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텔레그램 계정을 삭제하는 등 증거 인멸을 교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구속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20일간 윤 조사, 내달 초 기소 유력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구속영장 발부와 관련 입장문을 통해 “기울 대로 기울어진 사법부의 현실”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대통령을 구속할 사유는 찾기가 어려웠고, 당장 대통령을 석방해야 할 사유는 차고도 넘쳤다”며 “그러나 결국 이 터무니없는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법원이 발부 사유로 명시한 ‘증거 인멸 염려’에 대해선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로 그 누구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사건 핵심 관계자 10여 명은 이미 구속기소된 상황”이라며 “생방송으로 중계된 6시간의 계엄에서 더 나올 증거가 무엇이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을 구속한 공수처로선 15일 체포 시점부터 최장 20일간 구속 기간(2월 4일 만료) 동안 수사를 마치고, 기소권을 가진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해 재판에도 넘겨야 한다. 사전에 기소 준비를 위해 검찰과 구속 기간을 열흘씩 나눠쓰기로 잠정 합의한 상태여서 설 연휴 직전인 24일께 송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결국 공수처로선 윤 대통령을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 5일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체포 당일 1차 조사에서 “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통치권 행사로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다”란 일방적 주장 외에 개별 신문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뒤 16·17일 추가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구속 첫날인 19일에도 공수처가 오후 2시 출석을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거부했다. 이에 공수처는 일단 20일 오전 10시로 조사 일정을 재통보하고 윤 대통령의 출석을 기다릴 예정이다. 공수처는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해 변호인을 제외한 사람과의 접견을 금지하는 내용의 ‘피의자 접견 등 금지 결정서’를 서울구치소에 보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20일에도 출석을 거부할 경우 조사실로 강제 인치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출석 거부 사태를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공수처 수사는 권한 없는 기관의 불법 수사”라는 윤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구속영장의 효력을 바탕으로 구치소에서 윤 대통령을 강제 인치하기 위한 법률적 근거를 검토하고, 인치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변수도 살펴보고 있다. 공수처 검사가 직접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윤 대통령을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강제 인치의 경우 구속영장의 효력만으로도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례(2013모160)가 있다. 앞서 2011년 7월 검찰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A씨가 피의자 신문을 위한 출석을 거부하자 교도관을 통해 국가정보원 조사실로 A씨를 강제 소환했다. 이에 A씨는 불법적인 강제 인치라고 반발했으나 대법원은 2013년 “구속영장 발부에 의하여 적법하게 구금된 피의자가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구속영장의 효력에 의하여 피의자를 조사실로 구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강제 인치에 대한 규정은 없고 판례에서만 인정하고 있어 검토해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2018년 11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동부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출석 통보에 수차례 불응했음에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끝내 강제 인치에 나서지 못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검사의 방문조사 역시 거절해 검찰은 결국 추가 조사 없이 이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공수처 역시 윤 대통령의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다 해도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할 수 있는 정도로 관련 수사가 진전됐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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