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불안·공포 더 커졌다”…애니로 부활한 ‘퇴마록’

본문

17373000559536.jpg

올 4월 『퇴마록』 시리즈 신작을 내는 소설가 이우혁을 이 소설의 첫 극장판 애니메이션(아래 사진) 개봉(2월 21일)을 앞두고 지난 14일 서울 논현동 제작사 로커스에서 만났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오컬트 전성시대, 원조가 돌아온다. 한국 장르 소설로 최다인 누적 1000만부 이상 판매고를 올린 소설 『퇴마록』 시리즈의 첫 극장판 3D 애니메이션이 내달 21일 개봉한다. 원작 소설도 신간이 나온다. 『퇴마록』 외전 3부가 올 4월 출간될 예정이다. 전편인 외전 2부(2014) 이후 11년 만이다.

지난 14일 만난 원작자 이우혁(60) 작가가 직접 밝힌 내용이다. 소설 집필과 더불어, 극장판 애니메이션 원작 겸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그를 서울 논현동 애니메이션 제작사 로커스 사무실에서 단독 인터뷰했다.

“왼쪽 눈은 시신경이 죽어서 사물이 찌그러져 보여요. 나이 들며 글 쓰는 테크닉은 늘었는데 기억력은 나빠져 (소설 집필의) 고생의 총량은 불변이죠.” 소설과 맞바꾼 젊음이다. 그는 “그래도 환갑 즈음 되니 『퇴마록』을 왜 썼는지 설명할 말주변이 생겼다”며 덧붙였다. “젊을 적엔 나도 궁금했거든요. 도대체 내가 왜 이렇게 썼지?”

작가인 그도, 독자들도 32년전 『퇴마록』에 귀신 홀리듯 휘말렸다. 1993년 소설이라곤 써본 적 없는 스물여덟 공학도가 하이텔 PC통신에 “재미삼아 끄적거린”(1994년 중앙일보 인터뷰 중) 글이 『퇴마록』의 시작이었다. 세기말 분위기 속 판타지 열풍을 몰고 오며 국내편·세계편·혼세편·말세편, 외전까지 21년간 총 21권(초판 기준)의 대작 반열에 올랐다.

1737300056118.jpg

『퇴마록』 시리즈의 첫 극장판 애니메이션. 애니는 밀교 사찰 무대로, 여러 종교의 힘을 합쳐 악을 퇴치하는 과정을 그렸다. [사진 로커스·쇼박스]

『퇴마록』은 세상을 혼탁하게 하는 악령들을 퇴치하는 가톨릭 신부, 태극 기공 청년, 밀교 후계자 등을 다룬 한국적 오컬트 히트작의 효시였다.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석사 출신의 자동차 연구원이라는 이 작가 이력도 화제였다. 데뷔작에 코를 꿰여 『왜란종결자』, 『치우천왕기』, 『온-The Whole』(카카오페이지 연재 중) 등 대중 소설가로 세계관을 넓혀왔다.

“『퇴마록』 판매부수가 2013년 1000만부를 넘고부턴 안 세어봤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그에게 잊지 못할 한으로 남은 작품이 영화 ‘퇴마록’(1998)이다. 안성기·신현준 등 당대 스타 주연의 블록버스터였지만 “제목만 갖다 붙였지 (원작과) 하나도 같은 게 없는” 영화였다. “시사회 전날까지 아무것도 몰랐어요. 논의도 없었고요.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원작을 보며 자란 ‘찐팬’들과 만들었죠.”

애니메이션은 국내편 단행본 1권 첫 에피소드 ‘하늘이 불타던 날’이 토대다. 수백 년간 은거해온 해동밀교의 교주가 악(惡)에 물들고, 밀교의 호법들이 후예 준후를 살리고자 박 신부에 도움을 청하는 내용. 향후 시리즈 제작도 염두에 둔 출발이다.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2024) 등을 만든 로커스와 2019년 『퇴마록』 전편의 판권을 계약하며 기획·개발부터 함께해 6년 만에 맺은 결실이다.

『퇴마록』의 본질이 뭐냐고 묻자, “인간의 공포를 없애기 위한 소설”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공포를 주기 위한 소설이 아니라?
“어릴 적 귀신을 네댓 번 봤다. 버스에서 졸 때도 가위에 눌릴 만큼 겁이 많았다. 『퇴마록』을 쓸 때 이걸 다 정복해서 없애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지금은 꽤 극복했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소설로 파헤친 덕인가.
“무협이나 종교적 신화, 신적인 힘, 초능력 등이 다 일종의 불안 해소 수단이다.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존재론적 공포가 있다. 감당할 수 없는 불안을 없애기 위해 대항 수단을 상상하는 거다.”
최근 오컬트 인기도 그런 불안 탓일까.
“그렇다. 예전엔 종교의 역할이 컸는데 많이 퇴색했다. 과학만능시대라지만, 일반인의 과학 수준이 불안을 없앨 수준까지 다다르긴 힘들다.”
동시대 가장 큰 공포라면.
“미래에 대한 불안. IMF 금융위기를 거치며 개인이 겪는 불안과 공포가 커졌다.”
퇴마사들이 가톨릭, 불교, 무속 등 여러 종교의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한다.
“『퇴마록』에서 진짜 쓰고 싶은 주제였다. 서로 믿고 존중하는 것.”
각주만 다룬 해설집이 책 한권 분량으로 나오기도 했다.
“참고 서적이 2000권쯤 된다. 종로2가에 있던 종로서적(1907~2002)의 먼지 쌓인 옛날 책 더미에서 도서관에도 없는 밀교 관련 서적을 구했다.”
신작 계획은.
“예전 『퇴마록』 완결에 독자들 불만이 많았다. 양자적 세계관을 생각한 건데 당시엔 이해를 못 받았다. 4월에 불교·노장사상을 접목한 외전 3부가 나온다. 이로써 『퇴마록』 1기를 마무리하고, 2기 집필도 준비 중이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1,783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