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2세 입문, 18세 국제콩쿠르 우승, 23세 함부르크필 수석 ‘플루트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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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재단·본지선정 2025 유망주 ① 플루티스트 유채연
유채연(24)은 성장 속도가 빠른 플루티스트다. 12세에 플루트를 시작하고, 여러 국내 대회에서 입상하는 데 3년이 걸렸다. 세계 무대까지 가는 데에도 긴 시간이 필요 없었다. 18세에 체코에서 열린 프라하의 봄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때 역대 최연소 우승자로 기록됐다. 플루트를 시작한 지 6년 만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4월에는 독일 명문 오케스트라인 함부르크 필하모닉에 수석으로 임용됐다. 종신 수석 여부가 올 봄 결정되는 유채연은 현재 함부르크필에서 가장 어리다.
유채연은 고속 성장의 비결로 ‘집념과 열정’을 꼽는다. 지난 14일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넓은 무대에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어려서부터 컸다”고 했다. 부산예술중학교를 자퇴하고 서울로 와 선생님들을 직접 찾아다니고, 연습에 매진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한 후 유학 경험 없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디딤돌이었다.
유채연은 “콩쿠르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어 속상했다”고 했다. 우승과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했던 무대의 기회가 사라졌다. 그는 이때 후원 재단의 공연 기회가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에서 팬데믹인데도 독주와 실내악 연주를 많이 기획해줬다. 덕분에 무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유채연은 2019년부터 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돼 등록금 등을 지원 받았고 2023년 독주회 개최를 후원 받았다. 현재는 오케스트라 활동과 함께 베를린 국립 예술대학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데, 재단에서 체재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는 “늘 마음이 조급해지는 음악가들에게 든든한 지원”이라고 했다.
이런 후원과 함께 오케스트라 입단을 꾸준히 준비했다. 독일로 이주한 후 청소년 오케스트라,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의 아카데미 등 프로 악단의 전 단계를 밟았다. “베를린·드레스덴·함부르크 등 거의 모든 큰 콘서트홀에서 연주해볼 수 있었다. 이 경험이 도움됐다.” 그는 “제 2 플루트, 피콜로를 불면서 파올로 타발리오네 같은 전설적 플루티스트들이 어떻게 연주하는지 알게 됐다”고 했다. 또 “악기 연주 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악단 내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많이 배웠다. 자만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특히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함부르크필은 독일 내에서도 연주 횟수가 많은 악단이다. 교향곡 연주, 오페라와 발레, 실내악까지 소화한다. 유채연은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공연하고 있고 곧 마스네의 ‘마농’을 올린다. 다양한 장르와 작품을 경험해볼 수 있어 즐겁다”고 했다. “특히 지난 여름 음악 감독인 켄트 나가노와 함께 드뷔시 ‘목신의 오후 전주곡’을 연주했던 기억이 강렬했다”고 했다. 고요한 침묵 가운데 플루트가 시작하는 이 작품을 연주하고 유채연은 지휘자와 동료들에게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독일의 주요 오케스트라 수석으로 연주하는 중에도 그는 독주자의 화려한 무대를 함께 꿈꾼다. “오케스트라 연주에도 최선을 다하지만, 결과와 무관하게 국제 콩쿠르에 한 번 더 도전하고 싶다.” 유채연은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는 생각만 하면 피가 끓는 느낌이 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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