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관계자 외 출입금지’ 표지판 너머…막후의 시간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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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피아노 공장 07, 2024, 리넨에 유채, 150x180㎝. [사진 국제갤러리]

둥글게 잘린 나무들 사이에서 피아노를 조립하는 장인의 뒷모습, 돌로 된 작품의 포장을 조심스럽게 벗겨내는 전시장의 사람들, 레스토랑 주방에서 요리에 몰두한 사람들….

서울 삼청로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박진아(51) 개인전 ‘돌과 연기와 피아노’에는 일하는 사람들의 한순간을 담은 그림 40여 점이 나왔다. 전시장 리모델링을 앞두고 열린 2023년 부산시립미술관 그룹전에 참여했을 때 작가는 설치업체 직원들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정확한 설치를 위해 설명서를 확인해 가며 돌 작품을 이리저리 옮기거나, 전시장에 붙일 시트지를 준비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완성된 전시를 보게 될 관객들은 접할 수 없는 이 막후의 시간을 카메라에 담았고, 후에 이들 장면을 재조합해 캔버스에 그렸다. 국제갤러리 레스토랑 주방의 분주한 모습을 담은 작품들, 지난해 독일 슈타인그래버 피아노 공장을 방문하고 그린 근작도 전시에 나왔다.

서울대 서양화과 졸업 후 런던 첼시 미술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박진아는 2008년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월광욕’ 하는 젊은이들을 로모카메라로 담은 뒤 그린 ‘문탠(moon tan)’ 시리즈는 30대 젊은 화가의 신선한 시도란 평가를 받았다. 2010년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받았고,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플라토 등에서 전시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관계자 외 출입 금지’ 표지판 너머에 있을 듯한 장면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의 노력과 몰두의 순간을 보여준다. 작가는 “집중하고 있는 인물의 모습엔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한 분위기가 있다”며 “관객이 그림을 볼 때 어떤 공간 안으로 들어왔다가 나가듯,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26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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