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유의 법원 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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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을 폭력적으로 점거한 사태와 관련해 경찰과 검찰이 강력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수사전담팀을 구성했다. 경찰은 “채증 자료를 바탕으로 주동자는 물론 불법행위자 전원에 대해 구속수사 등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도 검사 9명으로 전담팀을 꾸렸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20일 긴급 대법관회의를 소집했다.
시위대는 이날 오전 2시59분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폭력적으로 변했다. 이들은 법원 정문을 지키던 경찰을 피해 법원 후문으로 향해 둔기 등으로 철창 벽을 깨고 3시20분 청사 내부로 들어갔다. 법원 청사를 점거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시위대는 제지하는 경찰을 향해 꽃병·재떨이 등을 던지거나 소화기를 뿌렸다. 이들 중 일부는 “법원 폐쇄회로(CC)TV 선을 끊었으니 마음껏 청사 안으로 진입하라”고 외쳤다. 실제로 전선으로 보이는 선이 끊어져 있었다. 또 법원에 주차된 오토바이 4대를 바리케이드 삼아 농성에 들어갔다. 경찰 방패를 빼앗고 폭행하기도 했다. 일부 경찰이 피를 흘리고 쓰러졌다. 본격적으로 청사 내부에 진입한 이들은 “차은경(구속영장 발부 판사) 어딨어!”라고 외치며 각목을 들고 청사를 배회했으며, 판사들이 근무하는 5·6·7층까지 난입했다.
각목 든 시위대 “차은경 어딨어”…판사 근무구역까지 뒤졌다
현장에 있던 경찰은 “철장 벽을 흔들고 담을 타고 들어오는데 좀비 같았다”며 “상처 입은 직원들은 (살이) 찢겨서 뼈가 다 보일 정도”라고 전했다. 19일 오전 기준 경찰 7명이 전치 3주 이상의 상처를, 기동대 35명은 경상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 밖에서도 시위대는 취재진을 위협하고 카메라 메모리 카드를 빼앗았다. “밖이 궁금해 나와봤다”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을 붙잡아 놓고는 “중국인 아니냐”며 취조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 주관으로 ‘긴급 경찰 지휘부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후 현장을 찾은 그는 “향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끝까지 추적해 구속 등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며 “법원 등 국가기관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판사 등 위해 우려 대상에 대한 신변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극우 유튜버들에 대한 수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배후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수사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경찰은 18~19일 이틀간 서부지법 앞 집단 불법행위로 총 87명을 연행해 조사하고 있다. 19일 새벽 서부지법에 침입해 기물 파손 등 혐의로만 46명을 붙잡았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는 경찰로부터 신변보호를 받게 됐다.
검찰도 서부지검에 대응팀을 꾸려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 사이에 서부지법과 인근에서 자행된 불법 폭력 점거시위는 법치주의와 사법체계를 전면으로 부정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라고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20일 대법관들과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19일 오전 서부지법을 살핀 후 경찰청에서 경찰 간부들을 만나 “그간 법원 피습과 관련한 참혹한 상황과 법치의 훼손을 엄중하게 인식한다. 역사적 퇴보를 가져가는 상황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 변호인단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윤 대통령은 서부지법에서 발생한 상황을 전해듣고 매우 놀라며 안타까워했다”며 “많은 국민의 억울하고 분노하는 심정은 이해하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경찰도 강경 대응보다 관용적 자세로 원만하게 사태를 풀어나가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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