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입틀막'이거나 '음모론&#…
-
3회 연결
본문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체포·구속 국면을 거치면서 여야가 ‘가짜뉴스’ 대응을 둘러싼 총력전에 돌입했다. 상대 진영이 유포하는 가짜뉴스를 정당이 직접 나서 바로잡겠다는 취지인데, 정작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는 진짜뉴스로, 불리한 정보는 가짜뉴스로 낙인을 찍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가짜뉴스 전쟁’에 먼저 불을 붙인 것은 더불어민주당이었다. 민주당은 지난 6일 가짜뉴스를 신고하는 플랫폼인 ‘민주파출소’를 개설하고 “가짜뉴스를 커뮤니티나 카카오톡을 통해 단순히 퍼 나르는 행위도 충분히 내란선동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전용기 의원)고 경고했다. 게시자 이름이나 아이디, 게시내용과 함께 허위조작 정보의 내용을 아무나 올리면 민주당이 대신 고발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자 주진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은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옥죄는 입틀막(입을 틀어막는) 정치”라며 전용기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의 ‘카톡 검열’ 논란을 키우기 위해 민주파출소에 자신을 스스로 제보하는 ‘내란선전죄, 나를 고발하라’ 캠페인도 벌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5일에는 당무집행회의에서 “당의 여론 대응 능력이 국민의힘보다 약하다. 극우 성향 커뮤니티 발(發) 가짜뉴스에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여론전을 재차 강조했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는 ‘의원실마다 3명씩 조를 꾸려 우호적 댓글을 달거나, 당의 SNS 콘텐트에 ‘좋아요’를 누르게 하자’는 등 방안이 제시됐다고 한다.
그러자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민주당이 이른바 ‘댓글 부대’를 만들어 여론을 조작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민주당이 민주파출소를 방패로, 댓글 부대를 창으로 삼아 모든 정보를 통제하고 국민의 인식 전체를 쥐고 흔드는 ‘이재명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가짜뉴스 양산 논란’에 휘말렸다. 국민의힘은 미디어특별위원회 산하에 당에 유리한 정보를 홍보하는 조직인 ‘진짜뉴스 발굴단’을 꾸려 언론사 뉴스 모니터링을 통해 당에 비판적인 보도를 반박하는 성명을 꾸준히 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가짜뉴스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역공을 받은 것이다.
실제로 지난 18일 진짜뉴스 발굴단은 윤석열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 도중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경찰의 구둣발에 무참히 짓밟혔다”며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왜 유독 탄핵반대 집회에만 선택적 강경 대응이냐”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으나, 진짜뉴스 발굴단이 만든 카드뉴스는 윤 대통령 지지 커뮤니티로 빠르게 퍼 날라졌다.
진짜뉴스 발굴단은 지난 9일엔 “이재명 대표가 중국 정보수집기관 ‘신화통신’ 기자 등 외신 기자와 비밀회동을 가졌다”고 주장했다가, 민주당 법률위원회로부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을 당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일본 언론사 9개, 영미 언론사 6개, 중국 언론사 2개가 참여해 의견을 교환하는 편안한 간담회였다”며 “친중 운운하며 이상한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대응이 “탄핵 찬반으로 극명하게 갈린 국민 여론을 활용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한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비상계엄을 계기로 심해진 ‘에코 챔버 현상(정보나 의견이 특정 그룹 내에서 순환하며 강화되는 현상)’에 정치권이 연료를 제공하며 키우는 모양새”라며 “가짜뉴스를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관심’인데, 정치권이 오히려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