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종인 "차기 대선서 개헌 못박고, 총선때 개헌안 통과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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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지금 개헌 주체가 없는데 뭘 묻겠다고 왔어요.”
85세의 노(老)정객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기자를 보자 한 첫 마디다. 웃음을 띠면서 툭 던진 말에는 개헌 이슈를 보는 답답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총선에서 패배한 뒤 개헌 카드를 꺼낼 거라 봤는데, 엉뚱하게 계엄을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구속을 두곤 “모든 책임은 황당한 계엄 카드를 꺼내든 윤 대통령에게 있다”며 “현직 대통령이 구속된 초유의 사태는 개헌이 시급하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87년 체제’를 탄생시킨 6공화국 헌법 성안에 참여해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었던 전문가다. 그는 “그때는 권력 구조에 대한 관심이 없어 대통령의 권한 다수를 못 건드렸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내수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됐고, 윤 대통령 구속 뒤인 19일 추가 전화 인터뷰를 했다.
- 87년 헌법에서 권력구조 개편에 소홀했던 건 무엇 때문인가.
- “직선제에만 매달려서 그렇다. 당시 전두환·노태우의 민정당은 내각제를 원했다. 그러나 국민이 직선제를 원하고, 김영삼·김대중(DJ)이 적극적으로 동조했다. 오직 대통령의 임기에만 관심을 뒀다.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 그래도 꽤 오랜 기간 제도적 민주화의 토대였지 않나.
- “지도자의 리더십이 괜찮았다. DJ를 봐라. DJP 연합 파탄 후 소수 여당이 됐지만, 야당과 협치해 5년 임기를 마치고 정권을 재창출했다. 대통령 권한을 토대로 여소야대 상황을 헤쳐나가는 게 정치력이다. 여소야대라 아무것도 못 해서 최후의 수단으로 계엄을 했다? 빵점이다. ‘이런 권력 구조로는 국가 발전에 한계가 있다’며 개헌을 들고나와야 했다. 대통령 개인의 역량에 기대는 제도를 지속해선 안 된다. 개헌의 당위성은 여기에 있다.”
- 성숙한 민주국가 중 대통령제는 미국과 한국 정도다. 두 나라 다 문제가 돌출하는데, 대통령제의 수명이 다 한 건가.
- “미국은 연방 국가지만 정치적으로 완전히 분열됐다. 시스템이 옳게 작동할 건지 의문이 많다. 우리는 과거엔 ‘분단국이라 강력한 대통령제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옛날 얘기다. 한국 국민처럼 성숙하고 역동적인 유권자가 없다. 이런 국민 앞에서 계엄을 선포한 정치적 판단이 얼마나 우둔했는지 뼈저리게 느껴야 할 거다. 통합을 이루고 극단적으로 분열되지 않는 시스템을 마련하면 된다.”
- 내각제로 가야 하나.
- “의회와 정부 따로 노는 시스템은 지금과 같은 불안한 사태가 올 수 있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함께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정치가 새로운 생동감을 만들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내각제인 일본이 선거를 자주 하고, 우리는 장면 정부 때 실패해서 두려움이 많다. 안전장치를 만들면 된다. 독일의 경우 정부가 내각을 구성하면 2년 안에는 불신임을 못 하게 돼 있다.”
- 삼권 분립은 어떻게 되나.
- “사법부의 독립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은 대법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집권 세력은 3000여 명의 판사를 다 장악할 수 없으니 대법원장과 대법관만 장악하면 된다고 착각한다. 문재인 정부가 그랬다. 사법 농단이라고 해서 능력 있는 판사를 죄다 수사했다. 대법원장·대법관·헌법재판소장·헌법재판관은 국회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하고, 임기를 늘려야 한다. 미국 대법관은 종신제다. 독일도 최고 법원과 헌재 재판관 임기가 12년이다.”
- 내각제에 대한 국민 선호가 낮다.
- “대통령을 자기 손으로 뽑길 원해서다. 독일이나 핀란드는 내각제지만 상징적인 존재로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뽑는다. 직접 선출의 효능감을 줄 수 있다. 잘 설명하되 그래도 안 될 경우 최소한 대통령의 권한은 대폭 줄여야 한다.”
- 현실적으로 개헌이 가능하다고 보나.
- “지금은 개헌이 귀에 들리지 않을 거다. 그런데 곧 선거판이 시작되면 분위기가 달라질 거다. 한국 정치의 기본 틀을 바꾸려는 사람이 대선에서 유리할 거다.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개헌에 대한 대국민 약속을 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 개헌 약속을 어떻게 강제하나.
-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식인의 역할도 중요하고. 묘수 같은 건 없다. 2016년에 탄핵이 있었고, 또 그런 지경이다. 국민도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다. 꾸준히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 개헌 논의가 확대될 경우 답이 안 나올 테니 일단 권력구조만 바꾸자는 주장도 있다.
- “문제 있는 조항도 같이 검토해야 한다. 곧 대선이 있을 거라 보는데, 그러면 22대 국회의원 임기가 3년쯤 남는다. 2028년 총선 전까지 개헌 관련 논의를 치열하게 마친 뒤, 총선과 함께 개헌을 마무리해 제7공화국을 탄생시켜야 한다. 이런 타임라인을 약속하고 대선에 임하는 사람이 가장 유리할 거다.”
- 윤 대통령이 구속됐다.
- “윤 대통령과 계엄 지시를 받은 하수인들까지 대부분 구속된 상태라 향후 법적 책임은 물론 탄핵도 피하기 힘들 것이다. 윤 대통령 구속은 현 대통령제의 한계와 개헌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보수 입장에서는 김영삼 정부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 이어 진영이 무너진 세번째 비극으로 기록될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개헌과 함께 승자 독식인 현재의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의 경우 지역구 선출이 반, 비례로 선출하는 게 반”이라며 “구조상 단일 정부를 구성할 수 없게 돼 있어 연립정부는 필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정당이 극단적으로 독주할 수 없어 정책에 일관성이 있고 국가 발전의 토대가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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