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법관 13명 "서부지법 폭력, 헌정 유례 없다…결코 용납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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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이 서울서부지법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와 관련해 “우리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일이자, 사법부의 기능을 정면으로 침해하려는 시도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뜻을 모았다.
13명의 대법관은 20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에서 집단적으로 일어난 폭력적인 무단 침입과 기물 파손, 법관에 대한 협박 등의 행위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기반한 헌법 질서의 근간을 위협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이같이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전날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이날 긴급 대법관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13명의 대법관은 사건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은 뒤 이날 오후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냈다.
대법관회의는 “법원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된 법관이 재판을 통해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함으로써 사회질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최후의 보루”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다고 하여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 폭력적 수단을 동원해 법원을 공격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며 “사법부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정상적인 기능을 마비시키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도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법원은 경찰 등 관계기관과 협조해 청사 보안을 강화하고, 법관과 법원 공무원이 어떤 외부의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안전하게 맡은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입장문에는 사법부 역시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성찰도 담겼다. 대법관들은 “사법부는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우리의 헌법 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기관의 역할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수행할 것”이라며 “국민과의 소통, 사법제도의 개선을 통해 사법 절차와 법원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께서도 공정한 재판과 정의를 위한 사법부의 역할을 믿고, 그 판단을 존중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대법관회의는 대법관 전원으로 구성된 사법행정상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매월 1회 정례 개최해 판사 임명, 규칙 제·개정 등을 논의하며, 임시 대법관회의는 필요에 따라 대법원장이 수시 소집할 수 있다. 이날 회의는 전날 서울서부지법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조 대법원장이 긴급 소집했다.
앞서 전날 새벽 3시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격분한 지지자들은 쇠막대기, 소화기 등으로 법원 창문을 깨고 내부로 진입해 집기를 부쉈다. 야간 당직 직원들은 음료수 자판기 등으로 문을 막으려 했으나 곧 현관이 뚫려 옥상으로 대피했다고 한다. 법원행정처 측은 “현장에서 상황을 겪어야 했던 야간 당직 직원들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밤 폭력 사태로 서울서부지법에서는 약 6~7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법원에 난입한 지지자들이 깨부순 건물 외벽과 내부 집기 등이다. 법원행정처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영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외벽 마감재와 유리창, 컴퓨터 모니터와 CCTV 저장장치, 책상 등 집기, 내부 전시 미술작품 등이 파손됐다. 법원은 폭력 사태에 가담한 인원 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다.
전날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서울서부지법을 찾아 현장을 둘러본 뒤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 부정이자 심각한 중범죄”라고 우려를 표했다. 경찰은 서부지법 습격 사태와 관련해 90명을 현행범 체포하고 이중 6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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