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조성진, 마침내 음반에 담다…"교실서 치며 놀았다"는 극한의 그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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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곡가가 얼마나 천재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피아니스트 조성진(31)이 20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1875~1937)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성진은 라벨의 피아노 독주곡(12곡)과 협주곡(2곡)을 모두 녹음했다. 독주곡은 17일 발매됐고 협주곡은 다음 달 나온다.
조성진의 라벨 녹음은 작곡가의 150주년을 기념한다. 라벨은 바흐ㆍ모차르트ㆍ베토벤만큼 대중에 친숙한 작곡가는 아니다. 작품수도 많지 않다. 하지만 조성진은 라벨의 전곡 녹음을 음반사에 3년 전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가 한 작곡가의 모든 작품을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성진은 이날도 작곡가를 잘 알리기 위한 설명을 이어갔다.
“라벨은 어려서부터 친숙했던 작곡가였고 자연스럽게 접했다”고 했다. 또 라벨의 완벽주의와 지적인 설계를 강조했다. “클래식 음악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드뷔시와 라벨을 혼동할 수도 있는데 둘이 얼마나 다른지 보여주고 싶었다. 드뷔시는 자유롭고 로맨틱하지만 라벨은 완벽주의자다. 모든 음악이 잘 짜여 있고, 피아노도 오케스트라같이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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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은 또 라벨을 해석하는 데 필요한 정확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라벨은 해석의 폭이 넓지 않다. 악보에 아무것도 없는데 갑자기 크게, 혹은 느리게 치는 걸 싫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음의 색깔, 소리로 해석하고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라벨을 연주했고 해석에 대해 호평을 받았다. 라벨의 작품뿐 아니라 전 피아노 작품을 통틀어 가장 어렵다고 평가되는 ‘스카르보’를 중학교 시절부터 연주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곡을 중학교(예원학교) 교실에서 치면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 친구들이 발라키예프의 난곡인 ‘이슬라메이’를 칠 때 나는 ‘스카르보’를 쳤다. 특히 남학생들이 둘 중 하나를 치고 싶어했다.”
‘스카르보’는 완벽주의자인 라벨이 기교적으로 가장 어려운 곡을 쓰기 위해 완성한 작품이다. 조성진은 공식 무대에서도 이 곡을 빠르고 정확하게 소화해 내고는 했는데, 녹음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성진은 이달 유럽에서 시작해 라벨의 작품을 무대에서도 연주한다. 6월에는 한국 공연이 예정돼 있다. 중간 휴식을 두 번 넣고, 총 공연 시간이 세 시간에 달하는 프로젝트다. 조성진은 “리히텐슈타인에서 이렇게 연주를 해봤는데 마지막 곡을 할 때는 정신이 혼미해졌다”며 웃었다. “하지만 라벨의 음악 세계를 관객과 나눴다는 것, 그리고 나도 라벨의 음악 세계에 들어갔다 나왔다는 데에 뿌듯함을 느꼈다.”
조성진의 음반은 2023년 헨델의 작품집 이후 2년만. 음반 녹음에 대해서는 “녹음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라고 했다. “녹음하고 나서 스튜디오에 바로 가서 들어보기도 하면 마음에 안 드는 점이 너무 많다. 그 스트레스를 잘 이겨내려고 했다.” 그는 “피아니스트로서 연주할 곡이 끝도 없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또 “작곡가들이 쓴 위대한 곡을 연주하면서 천재들의 음악 세계,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조성진이 연주하게 될 라벨의 작품을 비롯, 공연장에 올려질 클래식 음악 작품들에 대한 해설은 더 중앙 플러스 ‘김호정의 콘서트홀 1열’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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