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단독] "트럼프 동맹외교 척도는 대만, 위기 때 편 안들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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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하루 전인 1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실내 경기장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열린 대선 승리 축하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집권 2기를 예상해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예측 불가능성이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19일(현지시간) 중앙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한동안 트럼프 2기 행정부를 규정하는 특징 역시 불확실성이 될 거라 확신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 국무부에서 30여 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한 그는 미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동북아 전문가로 손꼽힌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트럼프 2기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 “실패한 대북 외교를 되살리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핵무기 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하는 북한의 요구를 절대 수용하거나 인정해선 안 된다”며 “문제는 트럼프 2기 사람들 중에 북한과 이러한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는 매우 진지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핵을 보유하는 한 막대한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평양 지도부가 알 수 있도록 최고 수준의 경제 압박을 계속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 2기 외교정책의 바로미터로 대만 이슈를 꼽으며 “트럼프가 대만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곧 ‘신행정부 대(對) 동맹국 외교’의 많은 것을 말해줄 것”이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트럼프는 위기 상황에서 대만의 편에 서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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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 중앙포토

“트럼프, 충성파 내각 강한 통제 예상”  

트럼프 2기와 1기 행정부의 가장 큰 차이점에 대해선 “인선 과정에서 경험·능력보다 충성심을 노골적으로 강조한다는 점”이라며 “대내외 정책에서 트럼프 자신의 선호와 편견을 우선시하면서 더욱 강한 통제권을 행사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비현실적 목표라고 판단해 핵 동결을 전제로 한 ‘스몰 딜(small deal)’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을 국제사회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공인하는 ‘핵무기 보유국’(Nuclear Weapon State)으로 인정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수 없다. 다만 사실상 핵을 보유한 북한을 향해 미국은 궁극적인 비핵화를 계속 요구해야 하며 트럼프 2기 정책도 이러한 원칙을 반영해야 한다.”

“실패한 대북 외교 되살리려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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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트럼프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보는가.
“트럼프가 실패한 대북 외교 접근을 되살리려 할 것이라 생각한다. 핵무기 능력을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는 북한 입장에선 핵 보유 지위에 대한 미국의 수용 및 인정이 목표일 것이다. 트럼프 2기가 절대 이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
트럼프 2기 정부에 대북 정책과 관련해 조언한다면.
“김정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한 영구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뼈저리게 이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핵무기가 유일한 보험이자 구원이 될 것으로 보는 김정은 생각은 오산이다.”

“트럼프에 ‘한·미동맹 이익’ 설득해야”

트럼프 2기 출범 시점에 한·미 동맹의 미래는 어떻게 전망하나.
“양국 관계가 쉽지 않은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선 한국 정부가 트럼프에게 한·미 동맹이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며 미국에 건전한 투자라는 점을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조선(造船) 협력을 고리로 한 양국 프로젝트는 트럼프 설득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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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

트럼프 2기에서 미·중 패권 경쟁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까.
“신행정부가 직면하게 될 가장 엄중한 도전일 것이다. 핵심 관건은 대만을 포함한 이웃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협박 시도에 트럼프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또는 미온적으로 대응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트럼프는 위기 상황에서 대만의 편에 서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가 대만을 타협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트럼프는 대만을 중국과의 전반적인 관계 속에서 부수적인 문제로 본다.”
트럼프는 취임 즉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나의 가장 큰 우려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크게 양보하는 방식으로 종전에 동의하도록 트럼프가 강요할 것이라는 점이다. 동맹국들에 미국의 방어 의지에 대한 최악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에반스 리비어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했으며, 국무부에서 1976년부터 30여 년간 외교관으로 일했다. 주한 대사관, 주일 대사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대북 협상에도 관여하는 등 국무부 출신 인사 중 최고의 동아시아 전문가로 꼽힌다. 2004~2005년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로 있으면서 한반도와 동아시아 외교정책을 조율했다. 한·미 동맹을 동북아 안보의 핵심 축으로 보고 이를 강화해야 한다는 기조를 견지하며, 북한 비핵화에 강경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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