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취임사 채운 전 정부 비난…기립박수에 바이든 고개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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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국가가 연주될 때 거수 경례를 했고, 더 이상 군(軍) 통수권자가 아닌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조용히 가슴에 오른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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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미 의사당 로툰다에서 열린 제6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되자 거수 경례로 예를 표하고 있다. 트럼프는 세계 최강 미군의 통수권자다. 로이터=연합뉴스

취임식이 끝난 뒤엔 의전서열 1위 트럼프가 전임자에게 악수도 청하지 않은채 멜라니아 여사의 손을 잡고 의회 중앙홀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서서 대기하던 바이든은 트럼프에 이어 JD 밴스 부통령 부부가 이석한 뒤에야 트럼프의 취임식장이자 자신의 퇴임식장을 쓸쓸히 떠났다.

‘자주색’ 넥타이…메시지는 ‘바이든 부정’

‘통합의 취임사’를 예고했던 트럼프는 이날 자주색 넥타이를 맸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상징색인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인 색이다. 8년전 그는 강열한 빨간 넥타이 차림이었다.

트럼프는 ‘유에스에이(USA)’를 외치는 참석자들의 환호 속에 미 의회 중앙홀 로툰다에 입장해 바이든에게 정중하게 악수를 청하고는 웃으며 그의 등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성경을 든 멜라니아를 옆에 두고 취임 선서를 하면서 미국 대통령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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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 의사당 로툰다에서 열린 제6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성경을 든 멜라니아 여사를 옆에 두고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성경에 왼손을 얹고 선서를 했던 관행과 달리 성경에 손을 얹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성경과 자신의 모친에게 받은 성경 두 권을 겹쳐 사용했다. 다만 전통적으로 왼손을 성경에 얹고 취임 선서를 하지만, 이날 트럼프의 왼손은 성경 위가 아닌 바닥으로 내려와 있었다.

연단에 선 제 47대 대통령 트럼프의 표정은 바뀌었다. 그는 “우리는 번영하고, 전 세계에서 다시 존경받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황금기가 바로 지금 시작된다”는 취임 일성을 밝혔다. 그리고는 “수년 동안 급진적이고 부패한 정권이 시민의 권력과 부를 빼앗아가면서 사회의 기둥은 부러지고 완전히 무너졌다”며 “미국 시민들에게 2025년 1월 20일은 독립기념일”이라고 했다.

바이든·해리스만 ‘침묵’한 기립 박수

트럼프의 취임사는 바이든을 면전에 두고 그의 4년을 완전히 부정하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트럼프는 남부 멕시코 국경과 에너지 상황에 대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경엔 군대를 파견해 ‘재앙적 침략’에 맞서겠다고 했고, 미국산 원유 시추를 전면 허용하겠다며 기후변화를 중시했던 바이든의 정책을 완전히 뒤집었다. 파리협정에서 다시 탈퇴한다는 성명도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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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카말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의사당 로툰다에서 열린 제6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들은 이날 취임식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열광적인 기립 박수를 보낼 때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AP=연합뉴스

바이든의 그린뉴딜 중단과 전기차 의무화 철회, 무차별 관세 부과, 성적 다양성 부정, 파나마 운하 등 영토확장 계획 등과 관련한 트럼프의 구상의 공개될 때마다 참석자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오직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만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중동의 인질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을 때만 옆에 앉아있던 해리스의 손에 이끌려 단 한 번 기립박수에 동참했다.

“드디어 그것들(things)을 치워버렸다”

트럼프는 밴스와 함께 헬기로 워싱턴을 떠나는 바이든 부부를 직접 환송했다. 그리고 의회로 돌아와 공화당 의원들 앞에 선 밴스는 “5분 정도 밖에 서서 바이든 부부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며 “우리가 그것들(things)를 치우게(move)해서 감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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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20일 취임식을 마친 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를 헬기 마린원까지 배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밴스에 소개로 연단에 다시 선 트럼프도 “우리가 그것을 날려버렸다(we blew it)”며 바이든을 물건에 비유한 밴스의 발언에 맞장구를 쳤다.

트럼프는 이어 100여건의 행정명령과 법률 개정 문제를 언급하며 “공화당과 민주당이 더 좋은 관계를 가졌다면 좋았겠지만, 민주당의 표는 절대 얻지 못한다”며 “1주일 정도 안에 아주 좋은 법안들이 결정될텐데, 여러분 모두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마가’ 밴스…돈 주니어와 나란히 붉은 넥타이

‘젊은 마가’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밴스 부통령 역시 미국과 국제 사회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미 대통령 취임 축하 사절로 방미한 한정 중국 국가 부(副)주석과 회동하며 2인자 외교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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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미국 워싱턴의 미국 의사당 로툰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한 후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JD 밴스 미국 부통령 옆에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밴스는 공화당 핵심 지지층 사이에선 트럼프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트럼프가 주창하는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이념을 계승할 적자로 평가받고 있다. 밴스는 이날 자신의 친구이나 잠재적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트럼프 주니어와 나란히 공화당을 상징하는 강렬한 붉은 넥타이 차림으로 취임식에 참석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랜 기간 밴스를 지켜봤다”며 “밴스보다 더 똑똑한 사람은 그의 아내뿐이었는데, 내가 그의 아내를 선택했다면 후계자 계보가 달라졌지 모른다”는 농담을 던지며 밴스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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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미국 워싱턴 DC의 미국 의사당 로툰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식 당일 취임 연설을 하는 동안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겸 X 소유주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환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또 트럼프는 이날 취임 연설에서 “미국은 부(富)를 늘리고 영토를 확장하고 도시를 건설하고 새롭고 아름다운 지평선으로 성조기를 들 것”이라며 “화성에 성조기를 꽂기 위해 미국인 우주 비행사를 보낼 것”이라고 하자 트럼프의 신(新)주류이자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두 팔을 올리며 환호했다. 그는 스페이스X 사업을 통해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78세 7개월의 나이로 취임하면서 그는 미국 역대 최고령 대통령 기록을 경신하게 됐다. 2021년 퇴임 이후 4년 만에 ‘징검다리’ 재집권에 성공한 사례 역시 132년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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