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서려경, 세계 최초 '현역 의사 복싱 챔피언'은 다음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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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 챔피언 벨트는 놓친 의사 복서 서려경. 연합뉴스

 '의사 복서' 서려경(34·천안비트손정오복싱)이 두 번째 도전에서도 세계 챔피언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세계 최초로 '현역 의사 복싱 세계 챔피언' 타이틀도 다음으로 미뤘다.

서려경은 21일 일본 도쿄의 고라쿠엔홀에서 한일전으로 열린 세계복싱협회(WBA) 여자 미니멈급(47.6㎏급) 타이틀전(10라운드)에서 구로키 유코(34·일본)에 판정패했다. WBA는 세계복싱평의회(WBC), 국제복싱연맹(IBF), 세계복싱기구(WBO)와 더불어 세계 복싱 4대 기구로 꼽힌다. 구로키는 프로 16년 차의 베테랑으로 WBC 미니멈급 챔피언과 WBA, WBO 아톰급(46.3㎏) 통합 챔피언을 지낸 강호다. 이날 승리로 34전 24승(10KO) 8패 2무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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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향대 부속병원 소아과에서 교수로 근무 중인 서려경. 사진 한국복싱커미션

서려경은 지난해 3월 요시카와 리유나(일본)와 여성국제복싱협회(WIBA) 세계 타이틀 매치를 벌였으나 10라운드 끝에 무승부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 패배를 안으며 아쉬움을 삼켰다. 그는 국내 무대는 일찌감치 평정했다. 그는 2023년 7월 한국복싱커미션(KBM) 여자 라이트 플라이급(48.9㎏급) 챔피언을 차지했다. 서려경은 통산 첫 패배도 안았다. 전적은 12전 8승(5KO) 3무 1패가 됐다. 서려경은 링을 벗어나면 하얀 가운을 입고 병원에서 근무하는 소아과 의사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일하며 복싱을 병행하고 있다.

서려경은 2018년 친하게 지내던 선배 마취과 의사의 권유로 복싱을 시작했다. 처음엔 프로 선수는 꿈도 꾸지 않았다. 업무 스트레스를 링에서 푸는 정도였다. 그는 단 시간에 복싱에 푹 빠졌다. 타고난 운동 신경의 소유자였던 그는 1년 뒤인 2019년 프로 테스트를 거쳐 데뷔전까지 치렀다. 그때부터 꿈을 세계 챔피언으로 정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승부욕이 강했고 지는 걸 싫어했다고 한다. 뭐든지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다. 의대에 합격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던 것도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근성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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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려경의 꿈은 세계 챔피언이다. 뉴스1

서려경은 2018년 프로 데뷔 후 2021년까지 5경기를 뛰었다. 2022년 서울 삼성병원에서 펠로우(전임의) 2년 차에는 경기를 뛰지 못했다. 하루종일 논문 쓰고 환자 보느라, 복싱 훈련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1년을 건너뛴 그는 가족과 동료들의 만류에도 2023년 다시 링으로 돌아왔다. 3경기를 치렀고 모두 KO승을 거뒀다. 의사 일을 하면서도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서 울면서 훈련하는 날이 많았고, 경기를 앞두고 감량을 해야 할 땐 엉엉 울었다고 한다.

서려경은 복싱을 통해 신체적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선천적으로 한쪽 발가락이 네 개뿐이다. 발 사이즈도 양쪽이 1cm 차이가 난다. 복싱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어떻게든 끝을 보고 마는 근성 때문이다. 서려경은 "일단 복싱을 좋아하고, 하다 보니까 멈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 같다"며 "어쨌든 시작한 것을 끝까지 해야 하는 성격"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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