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도끼로 서로 손가락 찍었다…'억대 산재금' 타먹은 외노자 수법

본문

17375124142139.jpg

우즈벡 출신의 국내 체류 외국인이 손가락을 자해한 뒤 A씨에게 인증 사진을 보냈다. 사진 부산경찰청

도끼 등을 이용해 손가락을 절단한 뒤 근로 중 사고가 일어난 것처럼 위장해 억대 요양 급여를 타낸 외국인들과 이를 도와준 내국인이 붙잡혔다. 외국인들은 체류 기간 만료가 임박했거나 이미 불법체류 중이던 이들로, 국내에 더 오래 머무르며 돈벌이를 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내ㆍ외국인 16명 공모해 국고 5억 타내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외국인이 근로 중 다친 것처럼 근로복지공단을 속여 5억원 상당의 요양ㆍ휴업 급여를 타내도록 도운 혐의(사기ㆍ산업재해보상보험법 위반)로 30대 내국인 남성 A씨와 우즈벡 출신 외국인 15명 등 16명을 검거했다고 22일 밝혔다. 범행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7월 사이 저질렀다. 총책 역할을 한 A씨 등 14명은 구속됐다.

경찰은 A씨가 행정사 사무실에서 사무 보조로 일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 때문에 A씨는 국내 체류 외국인이 근로 중 다치면 근로복지공단에서 요양급여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사실과 그 절차를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유령 사무실에 이름 걸고 손가락 찍었다  

A씨는 2022년 상반기에 경남 밀양·양산 등지에 본인 명의로 된 인테리어 업체 등 유령 사업장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체류 기간 만료가 임박했거나 이미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들을 물색했다. ‘손가락 절단 등 자해하면 요양급여를 타주고, 체류 기간을 연장해준다’는 말에 실제 일부 외국인은 관심을 보였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A씨 지인으로 우즈벡 출신의 결혼이주여성인 B씨(30대)가 통역을 하며 범행을 도운 것으로 파악했다.

17375124143593.jpg

A씨와 우즈벡 출신 외국인이 범행을 공모한 대화 내용. 사진 부산경찰청

A씨 사무실에 채용돼 비닐하우스 공사 등 작업에 참여하다가 다쳤다는 게 ‘시나리오’였다. 실상은 외국인들이 스스로 도끼ㆍ벽돌 등을 이용해 자해하거나 서로 손가락을 찍어줬고, A씨는 이를 ‘근로 중 발생한 산재’로 꾸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ㆍ휴업 급여 등을 청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수법으로 2년여간 우즈벡 국적 외국인 14명이 보조금을 1인당 1000만~3100만원씩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산재비자로 체류 기간도 늘려

이들의 범행은 급여를 타내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인정된 산재를 근거로 이들 외국인이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청에서 산재비자(G-1-1)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경찰은 이 비자를 받은 외국인에게 불법 체류 책임을 묻지 않으며, 최장 2년가량 국내에 더 머물며 돈벌이도 할 수 있는 등 유리한 점이 많다고 밝혔다. A씨는 이처럼 산재 인정과 비자 발급을 돕는 대가로 한 건당 800만~1500만원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17375124145075.jpg

부산 경찰청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경찰 관계자는 “유령 사업장을 열고 실제 현장에서 산업재해가 일어났다는 진위를 명확히 확인하기 힘들다는 점을 악용해 저지른 범행”이라며 “A씨 명의로 된 사업장에서 같은 국적, 같은 내용의 산업재해가 계속 일어나는 걸 수상하게 여긴 근로복지공단 제보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2,548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