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오컬트 영화 ‘검은 수녀들’ 주연을 맡은 송혜교는 “연기해본 적 없는 구마 신에 도전 의식이 컸다”고 말했다. [사진 NEW]

“예쁘다는 말보다 연기가 좋았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면 바랄 게 없어요.”

로맨스 퀸 배우 송혜교(44)가 장르물에 푹 빠졌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2022~2023)의 학교 폭력 응징자 문동은에 이어, 새 영화 ‘검은 수녀들’(24일 개봉)에선 퇴마하는 수녀 유니아가 됐다. 한국 영화론 ‘두근두근 내 인생’(2014) 이후 11년만의 복귀작이다.

‘검은 수녀들’은 ‘파묘’(2024)의 장재현 감독이 연출한 영화 ‘검은 사제들’(2015)의 후속편. 544만 관객을 동원한 전작 세계관은 잇되, ‘카운트’(2023) 등을 만든 권혁재 감독이 새로 메가폰을 잡았다.

유니아는 성서 로마서 16장 7절에 최초 여성 사도로 불린 여인의 이름. 이를 물려받은 영화 속 유니아 수녀도 사제 서품을 받지 못한 수녀는 구마할 수 없다는 교단의 금기를 넘어선다. 악령 들린 소년 희준(문우진)을 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무당 친구와 굿판을 벌이고, 유럽 비밀결사대 장미십자회에 도움을 청한다. 의학의 힘을 믿던 미카엘라 수녀(전여빈)도 한 생명을 살리려 몸을 불사르는 유니아의 의지에 동화된다.

남성 중심 교단의 완고한 벽에 맞선 수녀들의 자매애가 전작과 차별화되지만, 잦은 내레이션 등 감성에 호소하는 연출은 장르팬 사이에 호불호가 갈릴 지점. 드라마 ‘첫사랑’(1996) 단역으로 연기 데뷔 이래, 첫 오컬트에 도전한 송혜교를 21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전날 열린 언론 시사 후 간담회에서 그는 “‘더 글로리’를 끝내고 다시 사랑 이야기로 돌아오고 싶지 않아, 장르 대본을 찾았다. ‘검은 수녀들’을 하면 나한테 몰랐던 새로운 표정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암 투병 고통을 감춘 채, 흡연과 욕설도 서슴지 않는 유니아는 문동은과도 일면 닮은꼴. 첫 등장부터 수시로 담배를 피워 무는 캐릭터라, 촬영 6개월 전부터 담배 피우는 연습을 했다. 가짜 흡연이 들통나면, 캐릭터 전체가 가짜가 될 것 같아서다. “40대도 됐고, 얼굴로 작품에서 승부 볼 나이는 지났잖아요. 연기 더 열심히 해야죠.”

연달아 멜로 드라마를 하며 겪은 피로감도 컸단다. “연기하는 저도 재미가 없는데 보는 분들은 당연할 것 같고….” 여주인공 미모를 중시하는 로맨스·멜로와 달리 ‘더 글로리’ ‘검은 수녀들’은 촬영 현장에 (얼굴에 빛을 더하는) 반사판이 없다는 것도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한다.

미카엘라 역 전여빈과 함께 최후 구마 의식을 행하는 클라이맥스는 촬영 막바지 올라온 감정을 자연스레 터뜨렸다. “구마신만 3~4일 찍었는데 잠 잘 시간도 없고 너무 힘들었다”면서도 이 모든 게 쾌감이 됐다고 돌아봤다.

이혼을 둘러싼 각종 구설 등에 시달리며 “댓글을 안 본지 꽤 됐다”는 그는 최근 영화 홍보차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으로 23년 만에 예능 및 유튜브에도 출연했다. “젊은 세대에 다가가고픈 마음에 용기를 냈다”고 그는 말했다. 요즘은 작품이든 일상이든 “무탈한 게 최고”라고도 했다. “예전보다 마음의 여유가 많이 생긴 것 같아요. 보는 분들도 얼굴이 편해졌다고 해주시고요. 행복의 기준은 다 다른 거더라구요.”

‘검은 수녀들’은 이달 인도네시아·몽골·필리핀을 시작으로 호주·뉴질랜드 등 전 세계 160개국에서 차례로 관객을 만난다.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