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성소수자 자비" 주교 요청에…트럼프 "좋은 기도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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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튿날인 21일(현지시간)부터 미국에 불법 체류 중인 이민자 단속을 즉각 펼치는 등 '무더기 행정명령' 시행 속도전에 나섰다. '국경 차르'인 톰 호먼은 이날 CNN에 "현재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미 전역에서 불법 체류자가 있는 곳을 파악 중"이라며 "특히 '피난처 도시'에선 단속 대상을 일일이 찾으러 다니겠다고 밝혔다. 피난처 도시란 트럼프표 반이민 정책에 맞서 불법 체류자 단속에 협조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다.

우선 범죄 경력이 있는 불법 체류자를 중심으로 단속하지만, 범죄 경력이 없는 불법 입국자도 체포할 방침이다. 벤저민 허프먼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은 "ICE 요원이 교회·학교 등 민감한 구역에서 단속 활동을 하는 것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체포한 불법 체류자는 구금한 뒤 본국이나 제3국으로 추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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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월 21일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법무장관 "출생시민권 제한은 위헌"소송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중에서 일부 위헌요소가 있다며 집단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워싱턴DC·샌프란시스코 등의 법무장관들은 이날 트럼프가 불법 체류자 증가와 원정 출산 등을 막겠다며 취임일에 서명한 '출생 시민권' 일부 제한 관련 행정명령이 위헌임을 주장하는 소송을 냈다. 법무장관들은 소장에서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미국에 귀화한 모든 사람은 미국과 그 거주하는 주(州)의 시민'이라고 확인한 수정헌법 제14조에 비춰 트럼프의 출생 시민권 제한 행정 명령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민권 박탈 명령은 대통령 권한의 법적 범위를 한참 넘어선다"고 했다.

트럼프가 취임일에 새롭게 서명한 출생 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은 부모가 불법 체류자일 경우 미국에서 태어나도 자동으로 시민권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어머니가 합법 체류자라고 해도 일시 체류자 신분이고, 아버지가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닌 경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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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2024년 12월 5일 국회의사당에서 회의를 마친 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수장을 맡은 정부효율부(DOGE)도 소송이 걸렸다. 앞서 DOGE도 20일 트럼프의 행정명령으로 신설이 확정됐다. DOGE는 트럼프가 기존 연방정부의 낭비성 지출을 줄이겠다는 목표로 설립한 자문기구다.

이와 관련, 공익법 전문 로펌 '내셔널 시큐리티 카운슬러'는 DOGE가 정부 자문위원회에 적용되는 연방자문위원회법(FACA)을 위반했다고 소송을 냈다. 정부 자문위원회가 규정한 ▶공정하게 균형 잡힌 대표성을 확보하고 ▶대중의 참여를 허용하고 ▶의회에 헌장을 제출하는 등의 조처를 하도록 한 법을 DOGE가 어겼다는 것이다.

“불체자·성소수자에 자비를”…트럼프 불편한 기색

트럼프의 행정명령 중에는 성별·인종 등을 고려한 다양성 장려 정책을 폐기하는 명령 2건이 포함돼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트럼프는 행정명령에서 "‘남성’과 ‘여성’이라는 2개 성별(sex)만 인정하는 것이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21일 아침 마지막 공식 취임 행사인 국가기도회에서 설교를 맡은 마리앤 버드 성공회 워싱턴교구 주교로부터 "불법 체류자와 성 소수자들에게 자비를 보여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버드 주교는 트럼프를 향해 "대통령님 마지막 한 가지 부탁을 드리겠다"며 "주님의 이름으로, 두려움에 떠는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공화당·무소속 가정에 게이·레즈비언·트랜스젠더 자녀가 있고, 일부는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또한 "대다수 이민자는 범죄자가 아니다"며 "사무실을 청소하고 가금류 농장에서 일하고 식당에서 설거지하고 병원에서 야간근무하는 사람들은 적절한 서류를 갖고 있지 않을 수 있지만, 이들도 세금을 내며 좋은 이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기도회 후 취재진과 만나 "별로 흥미롭지 않았다"며 "좋은 기도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짢은 기색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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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월 21일 국립 대성당에서 열린 국가 기도의 날 예배에 참석해 마리앤 버드 주교 옆에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美 여권 성별서 'X' 사라져…"남녀만 가능"

미국에서 여권상의 성별을 남성과 여성 외에 제3의 성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한 섹션이 21일(현지시간)부터 사라졌다고 NBC 방송이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그간 여권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에서 '성별 표기 선택하기'라는 섹션을 통해 남성(M)과 여성(F) 또는 다른 성별 정체성을 뜻하는 'X'를 택할 수 있게 했지만, 이날 오전 해당 섹션을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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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여권상의 성별을 남성과 여성 외에 제3의 성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한 섹션이 21일(현지시간)부터 사라졌다. 마이그레이션 폴리시 인스티튜트 홈페이지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도입한 해당 섹션에는 "우리는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의 자유·존엄성·평등을 옹호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지만, 더는 이런 문구도 나타나지 않게 됐다. 국무부의 이같은 조처는 전날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남성과 여성만을 인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령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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