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트럼프 취임" 논평 없는 두줄 보도…"책임있는 핵보유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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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을 별다른 논평 없이 대내 매체에 실었다. 북한 매체들은 “북한은 핵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한 트럼프의 공개 발언도 전하지 않았는데,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만찮은 상대인 ‘트럼프의 귀환’을 맞아 대미 정책 노선을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 노동신문은 22일 6면에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진행된 선거에서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으며 취임식이 현지 시간으로 20일 워싱턴에서 진행됐다”고만 전했다. 이런 ‘두 줄 보도’는 8년 전인 2017년 1월 20일 트럼프 1기 출범 때와 동일한 형식이다. 당시에도 북한 매체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미 대통령으로 취임했다”고만 짤막하게 전했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북한 관련 발언들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북한과 관련한 기자의 질의에 “이제 그(김정은)는 핵 보유국”이라며 “김정은은 나를 좋아했고, 내가 돌아온 것을 반기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취임식 이후 무도회에서 주한미군 장병들과 화상연결을 하며 “김정은은 잘 있나”라고 묻기도 했다. 트럼프의 연이은 유화 메시지에도 북한은 침묵을 지킨 셈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그 자체로 트럼프 1기 때처럼 섣불리 북·미 정상회담에 나설 수 없는 김정은의 복잡한 심경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학)는 “김정은은 트럼프의 성격상 그의 대화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미국에 비판 메시지를 낼 경우 트럼프의 급격한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김정은으로선 트럼프의 일방적인 언급이 폭력적으로 느껴질 여지마저 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김정은이 지난해 11월 ‘국방발전 2024’ 연설에서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고 확신한 것은 언제가도 변할 수 없는 침략적 적대적 대조선 정책이었다”고 밝힌 것도 이런 고민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북한은 지난달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국익과 안전 보장을 위해 강력히 실시해나갈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을 천명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22일 제14기 제12차 최고인민회의를 계기로 대미·대남 관련 메시지를 낼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정은이 만약 트럼프를 향한 언급 수위를 결정하지 못 했다면, 미국 관련 언급이 모호하거나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에 아예 불참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北, 유엔 군축회의서 "책임있는 핵보유국"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한의 핵 폐기가 아닌 현실론으로 기울었다는 확신이 선다면 “핵 군축 협상에는 응할 수 있다”는 식으로 김정은이 대미 관계 개선에 나설 여지는 있다.
이와 관련 2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서 조철수 주제네바 북한 대표부 대사는 "우리는 책임 있는 핵 보유국(a responsible nuclear state)”이라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연초부터 미 공군의 전략 폭격기가 한반도 주변에 전개하는 등 미국이 지속적으로 초래한 정치적·군사적 도발이 무력 충돌의 위험과 지역 안정을 저해하는 직접적인 근본 원인”이라면서 “우리는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모든 형태의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대표가 ‘핵 보유국(nuclear state)’이란 용어를 쓴 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내 합법적 ‘핵 보유 국가(nuclear weapon state)’를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지만, 실상은 북한은 NPT에서 탈퇴해 불법적으로 핵 개발을 하고 있다는 게 국제 사회의 인식이다.
이에 김일훈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참사관은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했으며, 북한의 낮아진 핵 공격 문턱은 현존하는 위협이며 평화와 안정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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