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예인 성상납' 파문에 존폐 위기…80곳서 광고 끊은 후지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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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민영방송사 후지TV가 ‘성상납 파문’으로 벼랑 끝에 놓였다. 한때 일본에서 ‘국민 아이돌’로 불린 스마프(SMAP) 출신 연예인에 대해 후지TV 측이 성상납을 해왔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다. 미국 투자펀드와 일본 정부까지 나서 ‘진실 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데다 토요타자동차 등 80곳에 이르는 대기업들이 무더기 광고 중단을 선언하면서 후지TV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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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명 아이돌 ‘스마프’(SMAP) 리더 출신 방송인 나카이 마사히로. AFP=연합뉴스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 건 지난해 12월 19일의 일이다. 주간지 여성세븐은 스마프 리더였던 연예인 나카이 마사히로(中居正広·52)의 ‘여성 문제’를 보도했다. 곧이어 주간지 슈칸분슌을 통해 오랜 시간 일본 연예계의 ‘큰손’으로 군림하고 있던 나카이에 대한 후지TV의 성상납 의혹이 제기됐다. 22일 해당 매체에 따르면 편성을 담당하는 후지TV 간부가 3년 전부터 자사 여성 아나운서들을 저녁 자리를 빙자해 호텔로 불러들여 나카이를 성접대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약속 당일이 되도록 장소를 공지하지 않다 호텔로 안내한 뒤 후지TV 인사가 일을 빙자해 자리를 빠져나가는 방식으로 성접대를 종용했다는 주장이다. 한 피해자는 실제로 나카이와 원치 않는 관계를 맺은 사실을 회사에 보고했고, 나카이로부터 합의금 9000만 엔(약 8억2000만원)을 받았다는 폭로를 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피해 증언이 이어지자 나카이는 지난 9일 “트러블(문제)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보도 내용을 사실상 인정했다. 하지만 후지TV 성상납 의혹은 일파만파로 번지기 시작했다. 나카이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합의가 성립돼 향후 연예 활동에 대해서도 지장 없이 계속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힌 것이 화근이 됐다. ‘합의했으니 문제 없다’는 입장에 여론은 싸늘히 식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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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아이돌 출신 방송인에 대한 성상납 의혹이 불거진 후지TV AFP=연합뉴스

후지TV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피해 여성이 회사 측에 신고했지만,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방송계는 발 빠르게 나카이 ‘손절’에 들어갔다. 나카이를 기용했던 TV아사히와 TBS, 니혼TV 등 다른 민방들은 프로그램 중단을 선언하거나, 출연 장면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방송사들은 자체 내부 조사에도 들어갔다. 공영방송인 NHK조차 관련 뉴스를 보도하며 “나카이가 출연하는 정규 방송은 없고, 출연 예정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후지TV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이때부터였다. 주간지 보도에 대해 “기사에 있는 식사 모임에 대해서도 해당 사원은 자리 설정을 포함해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던 후지TV에 해외 펀드가 ‘진실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관련 투자펀드를 포함 모기업인 후지미디어홀딩스에 대해 약 7%대 지분을 보유한 미국의 달튼 인베스트먼트가 지난 14일 서한을 보내 ‘진상 조사’를 요구한 것이었다.

후지TV는 부랴부랴 지난 17일 제3자인 변호사를 중심으로 한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이번엔 어설픈 대응이 문제였다. 사장까지 나서 긴급 기자회견을 했지만 신문 취재는 받아들이는 대신, 방송 취재를 거부하며 도마에 올랐다. 부실 회견에 달튼 인베스트먼트는 재차 서한을 보내 “진상 은폐”를 이유로 아예 ‘기업 지배구조’까지 언급하기 시작했다.

토요타·세븐아이홀딩스 같은 일본 대표기업들도 빠르게 움직였다. 광고 중단을 선언한 기업은 30개에서 하루 만에 80곳으로 불어났다. 후지TV의 계열 지방 방송국에조차 규슈전력 등이 광고 방영 중단에 들어가는 등 ‘도미노 광고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후지미디어홀딩스에서 후지TV가 차지하는 매출 규모는 약 40%. 임시 주총 요구가 이어지는 등 전체 미디어 그룹의 생사에도 영향을 미칠 만한 상황으로 번진 것이다. 후지미디어홀딩스에 대한 임시이사회 개최 목소리까지 나오기 시작하면서 일본 정부도 나섰다. 무라카미 세이치로(村上誠一郎) 총무상은 지난 21일 “독립성이 확보된 형태로 조기에 조사를 진행해 적절히 대응하고, 스폰서(광고주) 및 시청자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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