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원진아..."원작과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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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학 중이던 피아니스트 유준(도경수)은 손목 부상으로 인해 5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교환 학생으로 온 대학 캠퍼스를 둘러보던 중 철거를 앞둔 음대 연습실에서 들려오는 신비로운 피아노 선율에 이끌리고, 그곳에서 정아(원진아)를 만난다.
'말할 수 없는 비밀' 여주인공 원진아#원작 여주인공과 달리 밝고 적극적 #"순수한 멜로 연기는 이번이 처음"
운명처럼 끌린 두 사람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고, 음악을 들으며 가까워지지만 휴대전화도 없고 연락처도 알려주지 않는 정아 때문에 유준은 속앓이를 한다.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유준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정아의 존재는 둘을 만나게 했던 피아노 선율 만큼이나 신비롭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27일 개봉)은 동명 대만 영화(2008)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남녀 주인공의 애틋한 사랑을 그려낸 원작은 판타지 로맨스의 고전으로 꼽힌다. 영화는 원작의 스토리는 그대로 가져가되, 한국적 시대 배경과 정서를 덧입혔다. 자꾸만 엇갈리며 멀어져 가는 로맨스가 지닌 아련함과 애틋함은 원작과 리메이크작을 관통하는 핵심 정서다.
주인공이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 바뀌고, 음악도 비밀과 직결된 '시크릿'을 제외하고 모두 새롭게 채워졌지만, 원작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남녀 주인공 캐릭터다. 원작의 상륜(저우제룬)과 샤오위(구이룬메이)의 멜로가 신비롭고 애절하다면, 유준과 정아의 멜로는 풋사과처럼 풋풋하고 싱그럽다. 둘이 함께 연주하는 '고양이 춤' 같은 느낌이다. 특히 정아는 슬픈 그림자가 드리운 차분한 샤오위와 달리, 운명적인 첫사랑이 주는 설렘에 흠뻑 빠진 밝은 캐릭터다.
원진아(34)는 "원작에서처럼 마냥 연약하게 기다리기보다는 용기를 내어 사랑을 찾아가려는"(서유민 감독) 달라진 캐릭터를 슬픔과 설렘 사이를 오가며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22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원작 주인공 구이룬메이의 독보적이고 묘한 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요즘 감성에 맞게 만들어보자는 감독의 말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원작에서 참고한 게 있나.
"좋아하는 영화지만, 출연하기로 결정한 뒤에는 한번도 보지 않았다. 대본에 집중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을 대학생으로 바꾼 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연애 감수성이 고조되는 건 대학생 때 아닌가. 나 또한 그랬다."
-원작 여주인공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표현하는 아티스트가 다르면 다른 매력이 나온다. 정아는 샤오위에 비해 체구도 작고, 발랄한 성격이다. 비교에 휩쓸리지 말고 내가 연기하는 정아에만 집중하려 했다. 샤오위의 병약하고 어두운 감정을 빼기보다는 사랑에 빠진 순수하고 밝은 감정을 부각시키려 노력했다.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사랑을 위해 적극 행동하는 면모도 좋았다."
-순수한 멜로 연기는 처음 아닌가.
"도경수 배우가 처음 도전한 멜로 영화인데, 내게도 도전이었다. 사회적 맥락과 얽혀있는 멜로는 해봤지만, 이처럼 순수한 멜로 연기는 처음이다. 여중·고를 나와 연애에 대한 쑥스러움과 경계심이 많았다. 정아처럼 좋아하는 남자에게 적극 대시하고,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건 상상조차 못했다. 20대 때 제대로 분출하지 못했던 연애 감성을 맘껏 해소했기 때문일까. 연기하면서 시원했다(웃음)."
-피아노 연습은 어떻게 했나.
"캐스팅 확정되자마자 집에 피아노를 들여놓고 레슨 받으며 매일 연습했다. 피아노는 초등 1학년 때 바이엘 1권까지 한 게 전부였다. 손목 보호대를 착용할 정도로 열심히 쳤다."
-도경수와의 호흡은 어땠나.
"내성적일 것 같던 이미지와 달리, 배려심 넘치고 솔직한 배우였다. 매일 웃으며 촬영했다. 피아노 배틀신 찍을 때 표정의 미세한 떨림까지 자신감 넘치게 표현하는 걸 보고, 역시 아이돌 출신은 다르구나 생각했다. 대역을 썼지만, 자신이 직접 연주하는 거라 믿게 만드는 디테일을 표현하더라."
-대표 OST인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가 영화의 정서와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두 주인공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그 노래를 즐겨 듣던 세대는 아니지만, 영화에서처럼 헤드셋으로 들었을 때 첫사랑의 추억이 떠오르듯 감정이 몽글몽글해지는 경험을 했다."
-촬영하면서 가장 애틋했던 장면은.
"공연을 보러 가기로 약속한 정아가 나타나지 않는데도 유준이 비를 맞아가며 기다리는 장면이다. 그런 유준을 정아가 지켜보는데 울고불고 하는 신이 아닌데도 너무 애틋했다. 정아가 유준을 위해 스스로 멀어져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이다."
-모든 걸 포기하고 사랑을 향해 돌진하는 유준의 심경이 이해가 되나.
"나라면 못할 것 같다. 도경수 배우도 '이런 사랑은 현실에선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는데, 그러니까 판타지 영화 아닌가. 자기 혐오와 두려움을 극복하고 이제서야 내 삶과 연기를 즐길 수 있게 됐는데, 이런 현실을 떠날 순 없지 않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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