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재명의 흑묘백묘…'다시 대한민국' 백드롭 논란에 “알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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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만 잘 잡으면 되지, 고양이가 흰색이든 까맣든 회색이든 무슨 상관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최고위 공개발언이 끝날 무렵 “더 말씀드릴 것이 생겼다”며 이틀 전 바꾼 회의실 백드롭 ‘다시 대(大)한민국’ 이야기를 꺼냈다. “윤석열 대통령실 벽에 걸려있는 구호와 똑같다. 맞다. 그걸 쓰면 되겠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알면서도 내가 쓰자고 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중국 덩샤오핑(鄧小平) 국가주석이 1979년 방미 직후 설파한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인용했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실용”을 강조할 때 즐겨 써 온 문구다. 이 대표는 “지금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건 헛된 말과 이념, 진영이 아니다. 탈이념, 탈진영의 실용주의로 완전하게 전환해야 된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쓰던 구호면 어떤가. 좋은 구호면 쓰면 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구속 후 조기 대선 국면에서 이 대표는 녹록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다. 1위 대선 후보지만 지지율이 답보 상태고, 일부 조사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추월했다. 여권 주자들이 일제히 이 대표에게 집중포화를 쏟아내는 가운데 이 대표를 제외한 야권 잠룡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럴 때일수록 중심을 잡고 경제와 민생, 실용주의로 흔들림 없이 가던 길을 가겠다”는 뜻을 주변에 피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날 백드롭 논란 해명 역시 이런 기조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민주당 대표실 관계자는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릴 때까지는 경제·외교 등 정책 분야에서 민주당의 유능함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밖에서 때린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대형 실수 없이 안정감을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를 찾은 조셉 윤 주한 미국 대사대리에게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양국이) 자유민주진영 일원의 책임을 확고히 해야 한다”며 “윤 대사대리가 국회, 민주당을 방문했기 때문에 앞으로 한미 관계가 더욱더 돈독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전날 민주당 의원 81명과 함께 ‘한미동맹 지지 결의안’을 발의한 데 이어, 이날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좌장을 맡은 당내 대미 외교·안보 간담회도 참석했다.
지역 화폐 등 이재명표 정책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행안위 소속 박정현 민주당 의원이 이날 지역 화폐 발행에 들어가는 예산을 중앙정부가 의무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역사랑상품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존 지역화폐법에 인구감소지역 지원을 강화하고, 대통령령으로 예산을 감액할 수 있도록 하는 단서 조항을 더했다.
이 대표는 23일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정국 안정 방안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 레이스를 위한 자리는 아니지만, 자연스레 조기 대선 이야기는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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