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의대 정원 놓고 이주호 vs 대통령실 갈등…"대대행 체제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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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의대 증원 문제가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증원이 제동걸린 데 이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감원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를 주도하는 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다. 이 부총리는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제로 베이스에서 의대 정원을 유연하게 협의할 것”이라고 한 데 이어, 지난 18일 비공개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만나 “대승적 결단을 내리자”고 했다. 이 부총리는 지난 21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선 “의료계가 (의대정원) 마이너스 안을 들고 와도 이야기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을 비롯해 정부 일각에선 이 부총리의 행보를 두고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결정이 나기도 전에 과속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협상은 유연하게 하더라도, 의료계가 합리적 대안을 가져와야 정원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정부의 기존 방침을 협의 없이 뒤집고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이 부총리의 손짓에도 21일 “비공개로 합의된 만남을 공개해 신뢰를 훼손했다”며 “이 부총리는 의정 갈등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부총리가 의대증원 문제를 주도하게 된 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권을 부여한 측면이 크다. 최 대행은 지난 10일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업무보고 전 사전회의에서 의료개혁 문제는 자신이 핸들링하지 않았기에 “사회부총리가 중심이 돼 맡아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후 논의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복지부 측 입장이 상당 부분 배제됐다는 게 정부 인사들의 설명이다.
특히 윤 대통령 탄핵 전까지 의료개혁을 주도했던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 등은 주변에 “의료계가 무조건 반대만 하는 상황에서, 개혁의 본질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취지로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정부가 권한을 진 의대 정원 문제가, 특정 직역의 압력에 굴복돼 결정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 부총리와 기획재정부 출신인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감원을 포함한 논의를 통해, 전공의와 의대생의 복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핵심 정책을 두고 부총리와 수석, 장ㆍ차관의 의견이 엇갈리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을 때만 해도 정부의 의료개혁 기조는 변화 없이 유지됐다. 한 총리의 의지가 강했다. 의대 정원에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며, 2월 말까지 필수의료 패키지 등 의료개혁 과제를 마무리하자는 스케줄도 윤 대통령 탄핵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최 대행이 권한대행을 맡은 뒤, 조정자가 아닌 각 부처 장관에게 권한을 위임하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의료개혁 과제 마무리 시점도 2월이 아닌 상반기로 밀렸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한 총리 때만 해도, 부처 간 업무 협의와 지시가 원활했다”며 “대대행 정부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뿐 아니라 외교ㆍ안보 분야도 비슷한 상황이다. 비상계엄에 반대했다는 입장을 수차례 공개적으로 표출했던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가안보실이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라는 평가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 탄핵 뒤 안보실이 보고받던 외교 관련 정보량이 확 줄어들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시점에서, 컨트롤타워 기능이 약화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외교ㆍ안보 부처 차관이 참석해 매주 대통령실에서 열리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도 2주마다 열리는 것으로 간격이 조정됐다.
◇최상목 “헌법재판소 등 주요기관 경찰기동대 24시간 배치”=최 대행은 22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헌법재판소ㆍ법원 등 주요 국가기관에 경찰기동대를 24시간 상시 배치해 경비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과격ㆍ폭력 행위를 동반해 무단침입 등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가용 경력(警力)과 장비를 충분히 배치해 국가 기관의 기능을 철저히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행은 “헌법 재판관과 주요 사건 법관에 대해서는 경호 수준의 신변 보호를 통해 법치주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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