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메가시티 실행계획 구상.[자료:부산시]

전국 주요 지방 광역시·도를 하나로 통합하자는 권고안이 나왔다.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 일부 지역도 생활권이 같다면 서울과 통합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권고안을 정부가 받아들일 경우 초대형 메가시티가 탄생할 전망이다.

행정안전부 소속 민간 자문위원회인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미래위)는 22일 지방 행정 체제 개편 권고안을 발표했다. 민선자치 30년을 맞아 인구감소·지방소멸 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출범한 미래위는 그간 11차례 전체회의와 6차례 지역 현장 의견수렴을 거쳐 권고안을 마련했다.

지방 행정 체제 개편 권고안 발표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의 부울경 통합 권고안 예시. 그래픽=김영희 디자이너

가장 눈에 띄는 건 지방 광역시·도를 하나로 합쳐 초광역권을 형성한다는 내용이다. 미래위는 대구·경북, 대전·충남, 부산·울산·경남 등을 구체적인 지역을 거론하며 “지역 역사성과 규모의 경제를 고려해 비수도권 광역시·도 통합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부산·울산·경남은 부울경메가시티(가칭)라는 거대한 행정구역으로 통합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기존 부산시·울산시는 부산특례시·울산특례시로 바뀌고, 경상남도 산하 18개 시·군을 메가시티 산하에 존치하는 방안(1안)이 제시됐다.

대전시청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 민관협의체 출범식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3개 광역자치단체가 부울경특별자치구(가칭)로 합쳐지고, 기존 부산·울산·경남 산하 39개 시·군·구는 특별자치구 산하에 편제하는 방식(2안)도 나왔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 시·군·구도 통합해 몸집을 키울 것도 권고했다. 지방 거점 도시를 육성하고 행정효율도 높이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대전시·금산군, 광주광역시·담양군, 전북 전주시·완주군, 전남 목포시·신안군이 거론됐다.

김병수 김포시장이 시민과 함께 김포미래방향을 찾는 설명회를 개최해 김포서울통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포시]

수도권에서도 서울의 범위가 커질 수 있다. 미래위가 사실상 생활권이 같은 지역은 주민 편의를 위해 특별시·광역시에 편입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 김포시·하남시·고양시·구리시 등에서 자체적으로 서울 편입을 추진 중이다. 홍준현 미래위 위원장은 “주민 불편을 해소하고 지역 발전 가능성이 큰 지역은 연접한 특별시·광역시로 편입하는 구역 변경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거점 대도시도 확대한다. 비수도권 특례시·대도시 인구 기준을 하향 조정하고, 정성적 기준을 새롭게 도입해 지방 대도시가 거점 기능을 수행토록 하기 위해서다. 이밖에 미래위는 지자체 기능 조정, 특별지방자치단체 활성화 등을 권고했다. 특별지방자치단체는 2개 이상의 지자체가 특정 사무를 공동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는 경우 설립하는 지자체 조합이다.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이 대구 중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행정통합 구·군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주민 갈등, 조기 대선 등 걸림돌”

홍준현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미래자문위 행정체제개편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은 “행정안전부는 후속 조치를 추진해 나갈 ‘지원단’을 설치하고,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이행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체제 개편은 당위론적으로는 올바른 정책 방향이지만, 주민 정서나 찬반 갈등 등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체제 개편엔 득실이 공존하는데, 정책적 부담을 안고서라도 통합하려면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치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보는 “지자체의 자율적인 통합을 끌어내기 위해 정부가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