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2기 핵심은 행정명령쇼∙초갑부 내각…반발도 클 것" [Outlook 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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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실내 경기장 ‘캐피탈 원 아레나’에서 자신이 서명한 행정명령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미 베라 미국 연방 하원의원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몰아친 ‘트럼프 스톰’의 충격파가 크다. 미국 의회의 대표적인 ‘지한파’ 아미 베라 연방 하원의원(민주당ㆍ캘리포니아)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출범식을 바라보며 든 느낌을 풀고 트럼프 2.0이 그려나갈 미래를 조망해 본다. 중앙일보가 21일(현지시간) 베라 의원과 진행한 화상 인터뷰를 재구성했다. 베라 의원은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동아시아태평양소위 위원장을 맡았고 지한파 의원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을 지내는 등 한반도 이슈에 정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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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의원회관(캐넌빌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아미 베라 연방 하원의원(민주당). 워싱턴=조셉 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일을 꼽으라면 고민할 필요 없이 한 장면이 떠오른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 등 세계 갑부 1ㆍ2ㆍ3위가 연단 상석에 나란히 앉은 모습이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만인에게 개방된 축제 중 축제다. 수십 년 취임식을 봐온 내게도 새 대통령이 최상위 억만장자들에 둘러싸인 모습을 현장에서 보는 건 초현실적인 경험이었다. ‘이들은 뭘 하려는 걸까’ ‘트럼프 대통령은 뭘 할 건가’ 취임식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생각들이다.

‘초갑부’ 2기 내각…1기와 가장 큰 차이 

트럼프 집권 2기는 분명히 과거 1기와 많은 게 달라졌다. 가장 큰 차이점은 초갑부(ultra rich)와 억만장자로 채운 내각이다. 정부효율부를 이끌 머스크 외에도 월가 출신으로 7억 달러(약 1조 원)의 자산을 가진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 재산이 10억 달러(약 1조4300억 원)가 넘는다는 린다 맥마흔 교육장관 지명자 등 억만장자가 수두룩하다.

8년 전 트럼프 1기가 막 출발했을 때는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처럼 전문성을 우선 고려한 전형적 인선이 꽤 많았다. 하지만 지금 그 자리를 대신한 피트 헤그세스는 이전 국방장관들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 억만장자 내각에서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똑똑히 지켜봐야 한다.

불합리한 행정명령엔 저항 뒤따를 것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특유의 쇼맨십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대형 실내 경기장(캐피탈 원 아레나)에서 지지자 수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십 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백악관으로 자리를 옮겨 또 한번 ‘행정명령 사인쇼’를 했다.

이제 이런 일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앞으로 4년 내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이 이럴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도울 일은 돕겠지만 불합리한 행정명령에는 저항과 반발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 취임하자마자 무더기로 쏟아내는 행정명령 중에선 반헌법적인 것들도 있어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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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시대를 규정하는 또 하나의 콘셉트는 더욱 강화된 ‘아메리카 퍼스트’다. 미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세계 분쟁 지역에서 속속 철수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 반환론’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속을 꿰뚫어 볼 수는 없지만 자유로운 항행의 보장, 그리고 파나마 운하를 통한 불법 이민자 유입 저지를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파나마 운하 반환 목적이 아니라 ‘협상의 시작’일 수 있다는 뜻이다.

김정은과 대화 원할 것…김 반응이 관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북한 지도자 김정은을 얘기하다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한 것은 많은 한국인들을 놀라게 했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대통령의 속내를 전혀 모르겠다. 이런 예측 불가능성의 효과 극대화를 원하는 게 트럼프 스타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전략을 가늠하긴 어렵지만, ‘화염과 분노’를 언급하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최고조로 치닫게 해놓고도 3차례 북ㆍ미정상회담에 나섰던 집권 1기를 돌아보면 그가 다시 한번 김정은과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문제는 김정은 반응이다. 김정은은 조건 없는 대화를 요구한 조 바이든 행정부와의 만남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트럼프에게는 어떨까. 관심이 있을까.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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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 베라 미국 연방 하원의원(민주당)

한·미동맹 항상 강해…앞으로도 그래야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은 한 사람으로서 최근 계엄ㆍ탄핵 정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미국의 1ㆍ6 의사당 난입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프랑스ㆍ독일ㆍ이탈리아ㆍ오스트리아 등 유럽 곳곳에서 극우 정당 약진이 두드러진다. ‘스트롱맨’의 전성시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한국은 여전히 민주주의가 굳건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민주주의 절차가 제대로 구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대목에서 정치인의 역할에 대해 강조하고 싶다. 정치인의 기본 덕목은 대화와 타협이다. 당 리더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생각하고 이를 따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타협과 조율 능력이다.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야당인 민주당이야 당연하겠지만, 여당인 공화당도 트럼프 대통령이 틀리면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ㆍ미 동맹은 항상 강하다는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는 늘 서로 의지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자 민주ㆍ공화 양당에서 초당적으로 반발했다. 트럼프 2기에서도 강력한 한ㆍ미 동맹을 위한 양당의 초당적 의지를 거듭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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