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尹, 헌재서 띄운 "부정선거" 사진…대법서 이미 "문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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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총선 부정선거 의혹의 폭풍 속에 등장했던 ‘일장기 투표지’ 사진이 5년 후 대통령 탄핵심판 증거로 재등장했다. 이날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이 제시한 사진들은 2년6개월 전 이미 대법원에서 “부정선거 증거가 아니다”라는 판단을 받은 바 있다.
대법 “투표지, 접힌 흔적 있어…부정선거 증거 아냐”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지난 21일 탄핵사건 3차 변론에서 5분간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한 프레젠테이션(PT)을 했다. 도태우 변호사는 신권다발처럼 빳빳한 투표지, 관인이 번진 투표지 등 사진을 화면에 띄웠다. 그는 “국권침탈 세력에 의한 거대한 부정선거 의혹이 있었으나 선관위와 법원, 수사기관을 통해 제도적으로 해결되지 못해 국가비상상황이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제시한 사진은 지난 2021년 6월 28일 대법원이 진행한 인천 연수을 선거구 선거무효 소송 재검표 현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선거가 조작됐다며 2020년 5월 무효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민 전 의원의 신청에 따라 보전된 투표함 등을 가지고 이듬해 22시간에 걸쳐 수개표로 재검표를 진행했다.
심리 끝에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2022년 7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민 전 의원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때 대법원은 43쪽 분량의 판결문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 측이 증거로 제시한 “신권 다발처럼 빳빳한 투표지”에 대한 판단도 이때 이뤄졌다. 윤 대통령 측은 “정상적으로 기표한 후 접어 투표함에 넣은 투표지들이라고 볼 수 없이 인쇄소에서 재단돼 옮겨진 모양”이라며 이를 부정선거 증거라고 제시했다.
대법원은 “투표지는 100매 단위로 묶여 상당 기간 증거보전이 돼 있었으므로 외관상으로는 접힌 흔적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원고(민경욱)가 ‘접힌 흔적이 없다’며 선별한 투표지 중 상당수에서 실제로는 접힌 흔적이 확인됐다”고 했다. 또 “후보자가 4명에 불과해 접지 않고 봉투에 넣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고 했다. 용지는 충북대 목재·종이과학과 신수정 교수가 투표지를 제공받아 현미경 등으로 감정했다.
“잉크 또 묻혀 찍을 경우 도장 번져…위조 증거 아냐”
이른바 ‘일장기 투표지’ 사진도 헌재 심판정에 등장했다. ‘일장기 투표지’란 투표관리관 도장이 뭉개져 일장기의 빨간 원처럼 보인다는 뜻에서 생긴 말이다.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도장이 뭉개진 투표지는 아무도 보지 못했고, 이는 가짜 투표지가 섞여들어 간 증거”라고 주장한다. 이에 선관위는 “잉크가 새거나 별도로 인주를 묻혀 찍는 등의 실수 때문”이라고 반박해 왔다.
2022년 대법원은 재검표 과정서 도장이 뭉개져 있는 294표를 무효표로 분류하면서도, 이런 투표지가 부정선거 증거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투표소에서 사용하는 도장은 잉크가 주입된 소위 만년 도장 형태이지만, 이와 별도로 적색 스탬프도 비품으로 제공된다”며 “스탬프 잉크를 묻혀 날인하는 경우 송도2동 제6투표소에서 발견된 것과 유사한 형태의 인영이 현출되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또 이같은 표가 무효표 처리되는 것과 별개로 위조의 증거가 되지는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도 민 전 의원은 사전투표지에 기재된 QR코드가 중복돼 있다거나, 정규 투표용지가 아닌 투표지가 섞여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검증기일에서 사전투표지 4만5593매 이미지를 생성해 민 전 의원이 제공한 프로그램으로 QR코드를 판독했으나 비정상적인 일련변호가 적힌 사전투표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민 전 의원이 비정상 투표지로 골라낸 투표지 역시 규격·재질 조사 결과 모두 정상 투표지로 확인됐다.
대법원은 “원고의 주장은 막연히 ‘누군가가’ 사전투표지를 위조하여 투입하고 전산 등을 통해 개표 결과를 조작하고 나중에 투표지를 교체했다는 것에 그칠 뿐”이라며 “외견상 정상적이지 않은 듯한 투표지가 일부 보인다는 등의 의혹 제기만으로 증명책임을 다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문고리 사진도 이미 기각…대법 “부정선거 인정 안돼”
전날 헌재에서 증거로 제시된 문고리 사진 역시 대법원 판단을 받은 바 있다. 이 사진은 21대 총선에서 영등포을에 출마했던 박용찬 국민의힘 영등포을 당협위원장 신청에 따라 투표함이 증거 보전돼 있던 서울남부지법 보관실의 문고리 사진이다. 도 변호사는 “봉인테이프 마무리 각도, 도장 위치 등이 너무나 달라 한눈에도 누군가 뜯고 새로 붙였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2023년 6월 박 전 위원장 신청 역시 “주장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비슷하게 21대 총선 관련 선거무효소송이 140여건 제기됐으나 한 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측 변호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갑근 변호사 역시 21대 총선에서 청주 상당 지역구에서 낙선한 뒤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했으나 2021년 11월 소를 취하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석동현·도태우 변호사는 민경욱 전 의원 사건을 대리했으며, 차기환 변호사는 박 전 당협위원장 사건을 변호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2차 변론기일 이후 9쪽의 설명자료를 낸 데 이어 이날도 8쪽 분량의 자료를 내고 윤 대통령 측 주장을 항목별로 반박했다. 선관위는 “선관위 보안점검 결과 통합선거인명부 내용을 변경할 수 있었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 “보안컨설팅은 국정원에 시스템 구성도 등 자료를 제공하고, 자체 보안시스템을 일부 미적용한 ‘모의 해킹’ 상황에서 실시한 것”이라며 “현실에서 시스템에 접근해 선거인명부를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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