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송혜교·도경수의 ‘도전’, 권상우의 ‘아는 맛’…설 연휴 극장가 누가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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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진 설 연휴, 극장가는 벌써부터 연휴 ‘표심’ 잡기에 혈안이다. 설 대목을 노리는 한국 영화는 코믹 액션, 판타지 로맨스, 오컬트 등 장르도 다양하다.
설 연휴 영화로 가장 먼저 포문을 연 영화는 22일 개봉한 ‘히트맨2’(최원섭 감독)다. 권상우의 코믹 연기와 액션이 돋보였던 ‘히트맨’(2020)의 속편이다. 당시 ‘히트맨’은 설 연휴 특수를 타고 흥행 몰이를 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247만 관객에 그치는 쓰라린 맛을 봤다.
5년 만에 돌아온 '히트맨2'...관객 눈높이 부응할까
특수요원 출신의 웹툰 작가 준(권상우)이 국정원 동료들과 가족의 도움으로 악당을 쳐부수는 스토리의 뼈대는 전편과 동일하다. 자신이 그린 웹툰 때문에 준이 곤경에 처하는 설정 또한 똑같다.
전작에 비해 웃음 코드가 약해졌지만, 액션 시퀀스는 화려해졌다는 평이다. 특히 권상우는 성치 않은 발목에도 대역 없이 액션을 직접 소화해냈다. 본인의 말처럼 “내가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장 잘할 수 있는 재능”이다.
새로 등장한 빌런(김성오)에 더해 전작 때부터 준에게 원한을 품어온 전세계 악당들에 맞서 화려한 액션 신을 선보인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준은 아내 미나(황우슬혜)와 티격태격하며 짠내 나는 코믹 장면을 만들어내는데, 그 외에 딱히 웃음을 주는 요소는 없다. 국정원 요원 덕규(정준호)와 철(이이경)의 티키타카 분량이 늘어났지만, 욕설이 난무할 뿐 웃음의 화력은 떨어진다.
가족 단위 관객이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코믹 액션 장르라는 게 강점이지만, 5년 새 높아진 관객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권상우 등 배우들의 바람대로 3편을 찍을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이번 영화의 흥행 여부에 달렸다.
‘히트맨2’가 익숙한 ‘아는 맛’을 내세웠다면, ‘말할 수 없는 비밀’(27일 개봉)과 ‘검은 수녀들’(24일 개봉)은 주연 배우의 도전이 돋보이는 영화다.
애절한 원작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숙명
먼저 ‘말할 수 없는 비밀’(서유민 감독)은 주연 도경수의 첫 로맨스 영화다. 2008년 개봉한 동명 대만 영화가 원작이다. 도경수가 연기한 유준은 독일 유학 중 손목 부상으로 인해 잠시 한국에 돌아온 피아니스트로, 모든 게 비밀인 여학생 정아(원진아)를 철거 예정인 음대 연습실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시간 여행을 통해 만난 남녀 주인공이 서로 엇갈리고 멀어지면서도 결국 기적 같은 사랑을 이뤄가는 원작의 큰 틀은 그대로다.
하지만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와 음악 등은 변주를 줬다. 원작에서 고등학생이었던 주인공들은 대학생으로 바뀌었으며, 삽입곡 또한 원작의 시그니처 음악인 ‘시크릿’을 제외하고 모두 새로 채워졌다.
정아가 '직진남' 유준 못지 않게 사랑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점 또한 원작과의 큰 차이다. 운명처럼 만나 사랑을 쌓아가는 둘의 관계는 이들이 함께 연주하는 ‘고양이 춤’처럼 발랄하면서 풋풋하다. 닿을 듯 닿지 못하는 애절함과 신비로운 분위기가 화면 가득 채워졌던 원작과 가장 많이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지점이다.
그런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리메이크작을 원했던 관객이라면, 원작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질 수도 있겠다. 판타지 로맨스의 고전으로 꼽히는 원작이 이 영화의 강력한 관객 유인 요소인 동시에 가장 큰 적인 셈이다.
구마와 무속 컬래버 신선, 밋밋한 전개는 글쎄...
‘검은 수녀들’(권혁재 감독)은 송혜교가 처음으로 오컬트 장르에 도전한 작품이다. 멜로 퀸으로 군림하다 처절한 핏빛 복수를 펼친 ‘더 글로리’(넷플릭스)로 연기 인생의 정점을 찍은 그가 또 다시 연기 도전을 이어간다. 송혜교가 '두근두근 내 인생'(2014) 이후 11년 만에 출연한 한국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오컬트 소재 첫 천만 영화 ‘파묘’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10년 전 작품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다. 김 신부(김윤석)와 최 부제(강동원)가 주인공이었던 ‘검은 사제들’처럼, 유니아(송혜교)·미카엘라(전여빈) 수녀가 극을 이끈다. 둘은 소년 희준(문우진)의 몸에 깃든 악령을 쫓아내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신부가 아닌 수녀에게 구마(마귀 퇴치)를 허락할 수 없다는 교구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가톨릭 관점에서 금기에 해당하는 무속의 힘을 빌어 악에 맞서는 점도 흥미롭다. 서로 닮은 듯 다른 두 수녀가 각자 내면의 아픔과 싸워가며 소년을 구하려 하는 여성 연대기 또한 ‘검은 사제들’과는 다른 감흥을 안겨준다.
하지만 구마 의식에만 기대는 듯한 단조로운 전개 탓에, 초반에 형성된 공포와 긴장감이 밀도 높게 끝까지 유지되진 않는다. ‘검은 사제들’, ‘파묘’ 등 '쫀쫀한' 오컬트에 매료된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원작과의 비교가 숙명이라면, ‘검은 수녀들’은 오컬트 장인 장재현 감독의 연출과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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