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디플레이션’ 탈출 조짐 日, 기준금리 16년3개월 만 최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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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16년3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렸다. 일본 경제가 고질적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서 탈출할 조짐을 보이면서다. 우려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로 엔화를 빌려 고금리 해외 자산에 투자)’ 청산 움직임은 일단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물가 반전에…日 기준금리 16년 만 최고

24일 일본은행은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현재 연 0.25% 수준에서 0.5%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17년 만에 ‘-0.1%’에서 ‘0~0.1%’로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끝냈다. 이후 지난해 7월엔 금리를 0.25%까지 올렸다. 6개월 만에 단행한 이번 추가 금리 인상을 통해 일본은행의 기준금리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2008년 10월 이후 약 16년3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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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일본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잇달아 올린 것은 물가 상승률이 2% 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다. 일본은 1991년 거품경제 붕괴 이후, 약 30년 가까이 장기 침체와 물가 하락의 고통을 겪었다. ‘일본병’으로 불린 디플레이션이 끝날 조짐을 보인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22년 일본의 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신선식품 제외)은 전년 대비 2.3% 깜짝 오른 데 이어, 2023년(3.1%)에는 1982년(3.1%) 이후 4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날 발표한 지난해 물가 상승률도 전년보다 2.5% 오르며 3년 연속 목표치(2%)를 넘겼다. 향후 물가 상승률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은행은 이날 함께 발표한 ‘경제·물가 정세 전망’에서 2025년도(2025년 4월∼2026년 3월)와 2026년도(2026년 4월∼2027년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9%→2.4%, 1.9%→2%로 각각 올렸다.

여기에 그간 일본 금리 인상의 발목을 잡았던 낮은 임금 문제도 최근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가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기업들에 물가 상승률에 준하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올해도 고수준 임금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에 따른 시장 변동도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가능했다”고 짚었다.

“엔 캐리 청산 유인 낮아”

우려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조짐은 일단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달러 대비 엔화 값은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 직전 156엔대를 유지하다가, 금리 인상 발표 직후 155엔 초반대까지 상승(환율은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충격에 달러 대비 엔화 값이 140엔대 까지 치솟았던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 경제가 침체 우려를 넘어 호황을 보이면서,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엔화 약세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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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같은 날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지난해에는 미·일 금리 격차가 축소되며 엔화도 강세였던 반면 현재는 금리 격차가 커지고 엔화도 약세여서 엔 캐리 청산유인은 낮다”고 말했다.

향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변수로 남아있다. 일본은행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계속해서 금리를 올려 완화 정도를 조정해 갈 것”이라며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장기적으로 기준금리를 1% 수준으로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의 페이스와 타이밍은 향후 경제·금융 정세에 달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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