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조단위 급증 바카라원전 공사비 놓고 한전·한수원 법적다툼 초읽기
-
5회 연결
본문
조 단위로 늘어난 아랍에미리트(UAE) 바카라 원자력발전소 공사비를 놓고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갈등을 빚고 있다. ‘누가 돈을 부담할 것인가’를 두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양측은 법적 분쟁 준비에 들어갔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전 업계에 따르면 한전과 한수원은 바카라 원전 공사 비용 분담을 둘러싼 국제 분쟁에 앞서 법정 다툼을 대신할 로펌을 각각 선임했다. 두 회사는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으로 가기 전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 견해차가 극명한 상황이다.
UAE 바카라 원전은 2009년 한국이 처음 해외에서 수주한 원전 사업이다. 한전이 주도한 컨소시엄이 약 20조원 규모의 바카라 사업을 따냈고 여기에 한수원, 국내 건설사 등이 참여했다. 총 4기인 바카라 원전은 이미 다 지어져 상업 운전에 들어간 상태다.
문제는 계약 초기 예상했던 것보다 건설 기간이 길었고, 원자재ㆍ인건비 등 관련 비용도 더 많이 들었다는 점이다. 최종 정산 후 늘어난 금액이 10억 달러(1조4290억원) 규모에 이른다는 업계 분석까지 나온다.
지난해 말 한수원은 추가 비용 정산을 한전에 공식 요구했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한수원은 국제중재법원에 이 문제를 끌고 가기로 했고, 모회사와 자회사 간 법적 다툼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전도 이에 대응할 로펌을 최근 선임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해외 원전 수주의 큰 걸림돌이었던 한수원과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 간 지식재산권 분쟁이 끝난 지 채 한 달이 지나기도 전 ‘팀 코리아’의 내부 분열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오는 3월로 예정된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계약, 이후 있을 해외 원전 수주 사업에서 호흡을 맞춰야 할 두 회사가 1조원 넘는 돈을 두고 법적 다툼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두 회사로선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다. 한전은 유가 급등, 전기료 동결 영향으로 2022년 32조6552억원, 2023년 4조5416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봤다. 올해 9월 말까지 누적된 부채(연결 기준)가 204조1249억원에 이른다. 한수원이 지고 있는 빚도 만만치 않다. 해마다 늘어 지난해 9월 말 기준 47조2903억원까지 올라섰다. 여기에 1조원 이상인 추가 비용을 떠안게 되면 한수원은 손실은 물론 배임 혐의도 받을 수 있다.
이날 한전 측은 “한수원이 제기하려 하는 국제 중재는 국익과 원전 부흥기를 맞이한 ‘팀 코리아’의 후속 원전 수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제 분쟁에 실제 나서기 전 “한수원과 지속적인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란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한수원도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고 중재 신청까지 가기 전에 원만히 합의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에너지 공기업을 관할하는 산업부도 난처한 처지긴 마찬가지다. 산업부 당국자는 “두 회사 간 원만한 합의와 중재를 돕도록 하겠다”고 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