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재명만 개헌에 맞선 모양새…국힘, 우원식에 "자문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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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개헌안을 준비하면서도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안한 개헌 준비의 틀은 외면해 온 국민의힘이 변화를 보이고 있다. 24일 국회의장실과 국민의힘에 따르면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은 우 의장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지난주 국회의장실에 “국민미래개헌자문위 위원을 추천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개헌자문위는 개헌안 초안을 마련해 여야가 참여하는 국회 개헌특별위원회에 제공하는 역할을 맡은 의장 직속 기구다.
출범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전문가 위원을 추천했지만 국민의힘은 외면해 ‘반쪽 위원회’로 개문발차했다. 우 의장은 당시에도 “(국민의힘이) 언제든지 합류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었다.
국민의힘이 두 달여 만에 개헌자문위원 추천으로 선회한 것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당 지도부가 개헌론을 탈출구로 삼으면서 생긴 변화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0일 “현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어 대부분의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불행한 일을 겪게 됐다. 개헌을 해야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며 개헌론을 띄웠다.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19일 “나라 운영 시스템을 완전히 개보수해야 한다”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히려 이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친명계만 개헌 흐름에 맞서는 모양새다. 여당은 자체 개헌특위도 출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재명 대표는 2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개헌 관련 질문에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는 게 제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국회의장이 개헌특위를 제안해 입장을 내겠다고 했지만 당 차원에서 개헌 드라이브에 올라탈 생각은 없다는 의미다.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는 “이 대표의 말뜻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슈가 지금은 중요하니 ‘지금’ 개헌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개헌을 안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리는 우 의장에게 국회 개헌특위를 빨리 만들자고 하는데, 이 대표가 묵묵부답 상태인 것으로 안다. 민주당이 안 움직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도 비이재명계는 개헌 추진에 힘을 모으고 있다. 23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일곱번째나라LAB’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비명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일곱번째나라’는 개헌 이후인 7공화국을 의미한다. 정 전 의장은 축사에서 “(2017년) 민주당이 개헌에 성공했어야 한다. (그러지 못한 것이) 지금과 같은 불행을 초래한 한 원인일 수도 있다”며 “그 일을 꼭 성공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 잠재적 대권 주자들도 연일 인터뷰와 공식 행사에서 개헌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이 대표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비명계 잠룡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24일 다보스포럼 출장 귀국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신뢰의 위기다. 민심이 떠나고 있다”며 “지금 여론조사검증위원회가 아니라 민심바로알기위원회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일원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이 대표를 향해 “혼자 모든 걸 다 잘 할 수는 없다”면 “민주당 안팎에는 그런 국정 운영 경험과 능력을 가진 자산들이 많다. 밀어내지 말고 팔을 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날 “어느 한 사람이나 어느 한 사고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 다원주의를 지향하면서도 폭력적인 언행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똑똑히 보여드려야 한다”며 이 대표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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