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들 감방 가자 "감사합니다"...남경필, 전두환 손자 고용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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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서 마약퇴치운동가로, 남경필 대표
쉰 이전은 화려했다. 국회의원 5선에 광역단체장을 지냈다. 6연승이었다. 이후엔 달랐다. 이혼했고 낙선했으며 아들이 영어의 몸이 됐다. “최근으로 올수록 중요한 실패가 많아졌다.” 자평이다. 하지만 “솔직히 더 즐겁고 행복하다. 심지어 가슴이 뛸 때가 더 많아졌다”고도 한다.
남경필이다. 정치권엔 전 경기지사로 알려졌으나 스스로는 자신의 정체성을 마약 예방·치유 운동가이자 ‘혁신’ 기업인으로 규정한다. 실제 마약 예방 교육과 치유 지원 단체인 ‘은구(恩求, NGU)’와 자율주행 기업 포니링크의 대표다.
최근 예순이 됐다는 그가 27일 옥스퍼드대(중동아시아학부)에서 강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20일 만났다. 굳이 은구 사무실에서 보자고 했는데 그럴만했다. 카페처럼 따뜻한 공간이었다. 거기서 그는 “사회적으로 보면 완전히 실패한 인생으로 가고 있는데, 사실 지금 내 마음과 상황은 훨씬 행복하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그 비결로 회복탄력성을 꼽았다. 옥스퍼드대에서 강연할 주제도 회복탄력성이었다. 먼저 은구 얘기부터 시작했다.
회복탄력성 주제로 내주 옥스퍼드 강연
- 은구란 이름이 특이하다.
- “아들이 마약으로 고통 받고 자수하고 다시 마약을 하고 그럴 때 내가 ‘널 절대 포기하지 않아. 너도 포기하지 말라’고 했고 아이가 법정 최후진술에서 ‘우리 가족이 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감사하다. 감옥에 가서 얼마 살든 깨끗해진 몸과 마음으로 마약퇴치운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이름이 네버 기브 업(Never Give Up), 은구(NGU)다. 은혜를 구한다는 의미도 있다.”
- 아들을 직접 신고했다.
- “내가 용기가 있고 열려 있어서가 아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들이 죽을 것 같았다. 미국의 20~40대 사망률 1위가 마약, 그중에서도 펜타닐 한 종목 때문 아닌가. 아들을 공권력에 의해서라도 끊게 해줘야 살겠다고 생각했다. 아들이 먼저 느낀 것이기도 하다. 두 번 자수했는데 ‘국가가 살려주세요’란 거였다. 재판 과정에서 ‘우리가 원하는 건 구속과 상당기간의 격리다’라고 했고 2년6개월형을 받았다. 감사하다고 했다. 지금은 치료감호소에 있고 10월에 나온다.”
- 지금 아들은 어떤가.
- “놀라울 정도로 변했다. 아이가 굉장히 신앙이 깊었는데 하나님과 멀어지면서 그 자리에 마약이 들어왔다. 또 하나는 중독이 결핍에 대한 표현이란 점이다. 왜 결핍을 갖게 됐냐 보면 학벌·외모지상주의다. 아이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다 전파돼 있다. 1등이 아니면 다 실패자다. 아이돌 같은 외모가 아니면 다 실패자다. 내가 반성하는 건 아이들을 유학을 보낸 건데 거기서 마약에 노출된 것 같다. 내가 이혼도 했다. 한 목사님으로부터 ‘이혼은 아이들에겐 하늘과 땅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아이들에게 진지하게 사과한 적 있느냐. 사과로부터 회복이 시작된다’는 말을 들었다. 지난해 초 영상면회 때 ‘이혼 때문에 상처가 컸을 텐데 미안하다’고 했더니 아이가 아무 소리도 안 하고 있다가 ‘고마워요’하더라. 둘째 아들에게도 똑같이 말했는데 둘의 반응이 같았다.”
내내 경쾌하던 그였는데, 이때엔 눈물이 고였다. 잠시 후 밝은 표정으로 돌아와선 세 가지 덕분이라며 종교(기독교)부터 들었다. 그러곤 이렇게 말했다. “시스템 인프라가 중요한데 그게 가정이다. 재혼했고, 아이들이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가정이 엄청 튼튼해졌다. 내가 화려한 곳에 있을 때 안에 갈등이 많았는데, 위기가 오면서 가정이 하나로 단결했다. 또 다른 건 남에 대한 다름을 인정하고 열려있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그게 회복탄력성에 큰 도움이 됐다.”
다음 대통령, 87년 체제 바꿀 의지 있길
사무실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도 있었다. 1주일에 3일 상주하는 직원이라고 했다. 그가 “사고뭉치”라고 짓궂게 말했다. 전씨는 차분하게 “다른 분들보다 내적인 힘이 강하고 절대 그런 거 하나도 없다. 그런 부분으로 따지면 정말 나약하고 볼품없는 사람인데, 남 대표를 포함해 주변에서 도와주고 믿어주는 분이 많다. ‘나를 믿어주고 도와주는데 열심히 해야지. 너무 감사하다’ 이러면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남 대표가 “우원이가 ‘아버지 같은 남경필 덕분에 끊었다’고 그래서 그 이후에 나한테 아들딸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며 “마약과의 전쟁에서 우리 같은 사람은 서포터다. 진짜 전사는 우원이, 내 아들들, 말썽쟁이 애들이 진짜 전사다. 시작이 참 어려운 길인데 잘 이겨낼 거라고 보고 그리고 싸움의 전사가 돼서 정말 이 치열한 전쟁에서 획기적인 역사를 쓸 것 같다”고 말했다.
은구엔 KG그룹 곽재선 회장과 삼천리그룹 이만득 회장,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박병대 전 대법관, 조성욱 변호사, 조성남 전 국립법무병원장, 배우 차인표·최필립, 가수 션·범키, 방송인 주영훈·이성미 등이 함께한다. 2주에 한 차례 점심을 겸한 대화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물었다.
- 이런 게 정치다.
- “나는 정치는 안 한다. 명확하게 안 한다. 그래서 정치 얘기도 안 했는데, (요새) 너무 정상적이지 않아서 정치 얘기는 하려고 한다. 오징어게임을 보면 참가자들이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 벌어진다. 나는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이 양쪽 진영으로 갈라져, 서로 납득못하는 상황에서 급기야 서로 간에 피를 보는 이런 쪽으로 갈까봐 걱정이다.”
- 6년 전 정계에서 은퇴할 때 적대정치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더 심해졌다.
- “사실 내가 은퇴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 되기 전 경기도를 두 번이나 공개적으로 방문했다. 민주당 출신의 부지사를 영입을 해서 같이 연정을 했는데 그걸 배워가겠다고 왔다. 진지했다. 대선 때 ‘연정 꼭 하세요’ 했더니 ‘알겠다’고 했다. 집권 후에도 도지사이던 나에게 ‘개인적으로 도와주면 안 되냐’고 해서 ‘그건 안 된다. 당대당이다. 당에다 제안해야 한다’고 했다. 진짜로 할 줄 알았더니 기대와 너무 다른 방향으로 갔다. 적폐청산에 당한 사람들이 ‘똑같이 해주자’란 마음을 가질 거고 지지자들이 원하는 게 복수이고 몇 번 그런 방향으로 가겠다 싶었다. ‘나 같은 중도적인 사람이 정치를 해봐야 계속 주장하는 사람으로 끝나겠네. 시대를 내가 바꿀 수 없으니 내가 할 일을 바꾸자’해서 은퇴하게 된 거다. 지금은 더 극단적으로 가고 있어 걱정이다. 더욱이 회복탄력성 측면에서 최저로 가고 있다.”
그는 독일이 패망 이후 지적 대화를 통해 새 질서를 만들어낸 것과 달리, “우리에겐 그럴 시간도 사람도 없다”고 했다. 대신 “사람을 먼저 뽑고 지도자의 권력을 통해서 할 수밖에 없다. 국가철학인 자유와 민주에 대한 확실한 자기 철학과 87년 체제로 대표 되는 우리 헌법의 구조를 바꾸겠다는 명백한 의지가 있고 그리고 다른 사람에 대한 다름에 대한 인정을 할 수 있는 그런 삶의 태도를 가진 분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발견했나.
- “지금부터 국민들이 눈 뜨고 봐야 한다. 지금 여야 지지율이 막 춤을 추지만 늘 있던 거다. 위로부터의 혁신·개혁이 이뤄지려면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자기 권력을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시작이 돼야 한다.TV 토론이나 그간 해온 철학 등을 보며 국민이 선택하길 바라고 나도 그렇게 할 것이다.”
- 진짜 정치 안 하나.
- “정치할 거면 이런 얘기 안 한다. 다만 마약 컨트롤타워가 없는데 대선에서 마약청을 공약으로 내세울 수있도록 그런 정치력을 발휘하는 건 할 생각인데, 정치를 직접 할 순 없다. 미안하긴 하다. 나는 행복한데, 우리 정치하는 분들 너무 고생 많아서. 정당별로 좀 얘기하자면 국민의힘 쪽은 마이너리티(minority·소수)라는 걸 인정해야 될 것 같다. 지금 전체적으로 마이너리티에서의 갖춰야 될 방향성과 전략을 가져야 된다. 민주당은 머저리티(majority·다수)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희망을 보는 건 일방적이지 않다는 거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열린 마음 이런 게 아니라, 그야말로 ‘극단적인 방식으로 오버 하면 간다’ 그런 마음을 가진 분들이 이번 대선에 승패를 결정할 것 같다.”
그와의 인터뷰는 은구 건으로 시작했으나 정치 얘기로 끝났다. 그는 이후 이런 취지의 글을 보내왔다.
“은퇴 당시 ‘일자리 많이 만들고 세금도 많이 내겠다’고 했는데 자율주행 사업과 모빌리티 스타트업 창업은 잘 커가고 있고 세금도 국회의원 때보다 몇 배 더 내고 있다. 당시 가슴이 떨린다고 했는데, 그 떨림은 계속되고 있고 강도는 커지는 것 같다. 마약예방과 치유라는 미션이 계속 제 가슴을 뛰게 만든다.”
적어도 그의 심장이 정치에 있진 않다는 강조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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