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하루 걸러 부고, 겨울철 사망 늘어나는 이유…이 '혈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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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뵙는 부모님, 안부를 물을 때 꼭 들어가는 게 '건강'이죠. 특히 겨울철엔 심장 건강에 관심을 갖고 점검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중앙일보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 도움말을 받아 명절 기간 부모님 심장 건강의 5가지 체크리스트를 연재합니다. 첫번째는 김태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말하는 ‘관상동맥’입니다.
설 연휴 부모님 심장 건강 챙기기 ①
요즘처럼 추운 겨울엔 건강이 나빠지고, 생명까지 위독해지는 이가 많아진다. 부고도 종종 들려온다. 호흡기 질환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심장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겨울철 자주 나타나는 관상동맥질환이 노인의 사망 위험을 높이는 '주범'이다.
심장 표면을 따라 분포하는 혈관인 관상동맥은 심장 근육에 산소·영양분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심장에 필요한 혈액과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한 게 관상동맥질환이다. 관상동맥이 좁아지면 운동 등을 할 때 심장에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가슴 통증 등으로 이어진다. 상황에 따라 심장마비까지 나타날 수 있다.
가장 흔한 원인은 동맥경화다. 콜레스테롤·지방 등이 혈관 내벽에 딱딱한 플라크를 형성해 혈관이 점차 좁아지는 것이다. 쌓였던 플라크가 갑자기 터지거나 혈전이 생겨 혈류가 완전히 막히면 심장에 치명적인 손상을 준다. 혈전이 혈관의 70% 이상을 막아서 심장 근육이 괴사하는 걸 심근경색이라고 부른다. 괴사까진 안 가도 혈액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가슴에 통증이 생기는 게 협심증이다.
특히 겨울은 관상동맥질환이 생기기 좋은 조건이다. 낮은 기온은 관상동맥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이고, 심장이 더 많은 혈액을 순환시키게 만든다. 줄어든 활동량과 고칼로리 음식 과다 섭취는 혈관 건강에 부담을 준다. 고혈압·당뇨·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자거나 독감 등 감염병에 걸린다면 관상동맥질환 발병 위험을 더 높인다.
주요 증상으론 ▶가슴 통증 ▶호흡 곤란 ▶극심한 피로감 등이 있다. 가슴 통증은 주로 가슴 중앙에서 쥐어짜는 듯이 나타나는데, 운동할 때나 스트레스받는 상황에서 악화한다. 5~10분가량 안정을 취하면 서서히 가라앉는 식이다. 그래서 '좀 쉬면 괜찮다'는 안심에 치료 시기를 놓치곤 한다. 하지만 심하면 어지러움·구토 등이 함께 나타나며, 심장마비로 이어지기도 한다.
관상동맥에 이상이 느껴지면 심전도 검사, 심장 초음파 등으로 진단받아보는 게 좋다. 관상동맥질환이 확인되면 약물치료 또는 시술·수술을 택할 수 있다. 질환 초기엔 약물치료가 기본적으로 이뤄진다. 관상동맥 협착 정도가 심하고 가슴 통증이 약물로 조절되지 않으면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 시술'(PCI)을 시행한다. 혈관에 스텐트를 삽입해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는 치료법이다. 실시간으로 혈관 상태를 확인해 정확한 치료가 가능하고, 절개 부위가 적어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관상동맥 우회술'(CABG)이란 방법도 있다. 좁아지거나 막힌 관상동맥을 우회해 흉벽·다리·팔에서 채취한 건강한 혈관으로 새로운 혈류 통로를 만드는 수술이다. 약물치료와 스텐트 시술로 해결되지 않거나 여러 혈관이 막혔을 때 택한다. 장기적인 효과는 좋지만, 흉터와 다소 긴 회복 기간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가장 좋은 건 사전 예방이다. 관상동맥질환을 예방하려면 생활습관 개선이 필수다. 추운 겨울엔 적절한 체온을 유지하는 데 신경 써야 한다. 외출 시 따뜻하게 옷을 챙겨 입고, 모자·장갑을 착용하는 게 좋다. 관상동맥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매일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도 해야 한다. 기온이 너무 낮다면 실내에서 운동하면 된다.
평소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몸에 해로운 포화지방·트랜스지방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채소·과일·생선 중심의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 짠 음식이나 과도한 설탕 섭취는 피하는 게 좋다. 또한 금연·절주로 혈관 손상을 막을 필요가 있다.
혈관에 무리를 주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기 건강검진으로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잘 관리해야 한다. 명상·요가와 취미생활은 스트레스 감소 효과가 크다. 심혈관 건강이 크게 흔들리는 겨울철엔 작은 증상이라도 나타나면 미루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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