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석궁테러에 뺨 때리기도…유영철은 급기야 재판중 돌진했다 [공격받는 사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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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체포적부심이 기각된 뒤 극렬 지지자들이 벌인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의 상흔이 아물지 않고 있다. 판사 ‘좌표 찍기’ 등 사법부를 향한 공격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지만, 법원을 상대로 대규모 폭력 사태가 벌어진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서다.
판사 석궁테러에 판사 뺨 때리기도…사법부 공격의 역사
소송 당사자가 법원을 공격한 사례는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영화 ‘부러진 화살’로 잘 알려진 ‘판사 석궁테러 사건’이다. 2007년 1월 성균관대 조교수 김명호 씨는 복직 소송 1·2심에서 패소하자 불만을 품고 항소심 재판장인 박홍우 부장판사의 집 앞에 찾아가 석궁을 쐈다. 화살은 박 부장판사의 복부에 깊이 1.5㎝ 가량의 상처를 입혔고 김씨는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2005년 부산지법에서는 40대 여성이 판사실을 찾아가 2~3분에 걸쳐 욕설하며 판사의 뺨을 때리는 등 폭행했다. 이 여성은 자신의 재판 진행에 불만을 품고 민원인을 가장해 임시 출입증을 발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2004년 9월에는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재판을 빨리 끝내주지 않는 재판부에 항의하며 법대(法臺)로 뛰어들다 법정 경위에 의해 가까스로 제지되기도 했다.
정치적·이념적 이유로 법원을 공격하는 사례 역시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58년 7월에는 죽산 조봉암이 ‘진보당 사건’으로 징역 5년 선고와 함께 일부 유죄 판결을 받자 ‘반공청년회’ 200~300명이 대법원으로 난입했다. 1988년 12월에는 전남대·조선대생 200여명이 ‘전두환·이순자 구속 처단’을 외치며 광주지법에 몰려들었다. 화염병, 돌멩이 등이 동원된 이 시위로 법원 유리창 20여장이 깨졌다.
‘좌표 찍기’식 온라인 테러 이어 폭력 사태
최근에 문제가 된 건 정치인 사건을 맡은 판사들을 향한 ‘좌표 찍기’식 온라인 테러였다. 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조 전 장관의 극렬 지지자들은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의 신상을 공유하며 ‘판레기(판사+쓰레기)’‘적폐 판사’ 등 비난을 퍼부었다. 신자유연대는 2023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유창훈 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을 서초동에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법원에서 대규모 폭력 사태가 빚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9일 오전 새벽 3시쯤 발생한 폭력 사태로 서울서부지법에서는 약 6~7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외벽 마감재와 유리창, 컴퓨터 모니터와 CCTV 저장장치, 책상 등 집기와 내부 전시 미술작품이 부서졌다. 일부 가담자들은 방화를 시도했다. 경찰과 취재진, 현장을 지나가던 시민들도 폭행을 당했다.
이날 밤 폭력 사태로 90명이 현행범 체포됐고 그중 61명이 공동건조물침입,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됐다. 가담자들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판사들은 보수 집회에서 공격과 비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체포적부심을 기각한 판사들이 그 대상이다.
서울서부지법은 외벽 수리 등 복구 작업이 한창이지만, 법조계에 안긴 여파는 여전히 거세다. 경찰은 서부지법과 중앙지법, 헌법재판소 등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한편으로는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을 포함한 법조인들이 자꾸 지지자들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원에서 내놓은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폭력으로 해결하고자 하면 법이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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