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분짜리 드라마에 10조 쓴다…청년들 홀리자, 中정부 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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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마이크로드라마 타이틀 화면. 사진 틱톡 캡처

1분 내외의 짧은 길이, 가로화면이 아닌 세로화면으로 된 새로운 형태의 '마이크로 드라마'가 중국에서 인기몰이하고 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마이크로 드라마 수익은 500억 위안(약 10조원)을 돌파했다. 중국의 영화 및 TV 산업을 앞지를 정도로 빠르게 성장 중인 마이크로 드라마가 할리우드까지 넘본다는 평가가 최근 늘고 있다.

주로 소셜미디어(SNS) 앱에서 볼 수 있는 마이크로 드라마는 빠른 전개 속도가 특징이다. 각 에피소드는 길어도 3분을 넘지 않는 대신 70~150개의 회차로 이뤄져 있다. 초반 회차들은 무료로 볼 수 있지만, 다음 편을 보려면 1만원 이상의 구독료를 지불해야 한다.

마이크로 드라마는 주로 환생과 재벌, 복수 등 자극적인 주제를 다룬다. 가난했던 주인공이 갑자기 부자가 돼서 자신을 괴롭히던 이들에게 복수하는 식이다. 또 결제를 유도하기 위해 각 에피소드의 마지막 10초는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하는 '후킹(hooking)' 요소가 등장한다.

중국 청년층은 주로 출퇴근이나 등하교길에 마이크로 드라마를 즐긴다고 한다. 바쁜 현대인에게 아무 때나 가볍게 즐길 수 있어서 안성맞춤이라는 반응이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계층 이동 가능성이 낮고 청년 실업률이 높은 중국의 시청자들이 출생 환경이 결정적이고 기적적으로 바뀌는 이야기에 공감하고 있다"고 짚었다.

시간·비용 장점…미국 시장 진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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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기업 바이두와 텐센트가 투자에 참여한 미국 마이크로 드라마 기업 릴쇼트(ReelShort). 사진 릴쇼트 홈페이지 캡처

마이크로 드라마가 급성장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우선 제작 속도가 빠르다. 일주일 치 영상을 이틀 만에 찍을 정도다. 비용도 적게는 20만 위안(약 4000만원)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일반 TV 드라마가 편성·유통에 수년이 걸린다면 마이크로 드라마는 수개월 만에 SNS에서 시청자를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제작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중국의 대기업들도 마이크로 드라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틱톡의 중국판인 더우인 등 숏폼 동영상 플랫폼에서 마이크로 드라마를 쉽게 볼 수 있다.

텐센트와 바이두가 투자한 릴쇼트(ReelShort)는 미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방 시청자를 겨냥한 마이크로 드라마는 주로 로스앤젤레스에서 영어로 제작된다. 재벌물이나 복수극도 있지만, 미국에서는 늑대인간과 뱀파이어 같은 판타지 장르가 인기다.

한편 마이크로 드라마의 선풍적인 인기에 중국 당국이 규제에 나섰다. 중국 방송규제기관인 국가광전총국은 지난달 "선정적이고 저속한 제목이 드라마의 이미지를 저하한다"며 단속에 나섰다. 국가광전총국은 지난 2022~2023년에도 마이크로 드라마가 "지나치게 잔인하고 폭력적"이라며 총 140만편의 에피소드를 삭제 조치한 바 있다.

중국 국영 매체 중국여성신문은 "(마이크로 드라마는) 불평등하고 뒤틀린 결혼과 가족관계가 흔한 것처럼 묘사한다"며 "이는 주류 사회 가치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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