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밤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의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감식이 다소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국토교통부는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와 위험관리평가를 한 뒤 현장 감식 일정을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고기 내 항공유의 안전성을 따져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선 승객이 머리 위 선반에 넣은 기내 수하물 속 보조배터리 등이 압축되면서 불이 난 것 아니냔 추정도 나온다. 사고 이후 에어부산이 작성한 보고서엔 ‘항공기 좌석 28열 오버헤드 빈(머리 위 선반)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승무원 진술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선반 속 짐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난 뒤 연기가 났고 불똥이 떨어졌다는 승객 증언도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과 국내 항공 위험물 운송 기준에 따르면 리튬배터리는 위험물로 분류돼 위탁수하물은 물론 기내 휴대도 기본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탑승객이 사용할 목적에 한해 소량만 허용된다. 보조배터리는 용량이 100Wh 이하면 5개까지 제한 없이 기내 반입이 가능하다. 100Wh 초과~160Wh 이하일 경우 사전에 항공사 승인을 받으면 2개까지 반입할 수 있다. 화물칸에 실리는 위탁수하물에 넣어선 안 된다. 리튬배터리는 충격과 압축, 과열로 인해 폭발이나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데 화물칸에 있다면 대처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조배터리에 의한 항공기 화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김포발 제주행 아시아나항공기의 기내 선반에 있던 가방 속 보조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해 1월엔 대만 타오위안공항에서 이륙 준비 중이던 싱가포르행 스쿠트항공 여객기에서 승객이 소지한 휴대전화 보조배터리가 폭발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보조배터리를 많이 언급하고 있지만, 조사 전에는 원인을 섣불리 추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조배터리나 전자담배 훈증기 같은 물건에서 불이 났을 수 있지만, 기내 전기 합선 등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