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항공유 16t, 불에 터지면 끝장”…에어부산 아찔했던 6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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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여 명이 탑승한 여객기 내부에서 불이 났지만, 탑승자 모두 안전하게 몸을 피했다. 소방 당국이 장비와 인력을 집중한 끝에 3만5000파운드(16t)의 항공유를 실은 여객기 화재는 폭발 없이 진압됐다.
30일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10시26분쯤 김해국제공항에서 홍콩행 에어부산 여객기 내부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비행기 꼬리 쪽 기내에서 시작된 불은 빠르게 앞쪽으로 번졌다. 승객과 승무원 등 탑승했던 176명은 비상 슬라이드를 이용해 비행기 밖으로 몸을 피했다. 신고 6분여 만에 기체 밖으로 대피가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7명이 다쳤지만, 중상 등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소방 당국이 대응 1단계를 발령한 지 약 1시간 만인 오후 11시31분쯤 불은 완전히 꺼졌다.
머리 위 짐칸의 연기를 발견한 승무원들은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허사였다. 당시 비행기에 탔던 50대 여성 승객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짐칸) 문을 열었을 땐 이미 내부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불길이 번져 있었다”고 말했다.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한 건 오후 10시35분쯤이다. 초속 7m의 강한 남동풍이 부는 가운데 소방대원들은 16t의 항공유가 담긴 여객기 양 날개까지 불길이 미치지 못하도록 주력하며 진화 작업을 벌였다. 자칫 대형 폭발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소방대 도착 3분 만인 오후 10시38분쯤 대응 1단계가 발령됐다. 이시현 부산 강서소방서장은 “용수 공급이 끊기면 끝이라고 판단했다. 펌프와 살수차 등 장비 68대, 인력 138명을 동원했고 꼬리 쪽엔 원격으로 조종되는 무인파괴방수탑차를, 조종석 쪽엔 신형 방수탑차를 집중 배치했다. 바람 탓에 기체 상부 쪽으로 불길이 빠르게 번졌지만, 다행히 1시간 만에 완전 진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소방 관계자는 “만약 그 상황에서 항공유로 불이 옮겨붙으면, 승객은 물론 소방관들도 다 죽을 수 있단 우려가 컸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진화에 나선 이유”라고 덧붙였다. 지난 21일부터 부산소방 공항센터(대원 31명·화재진압 장비 47종 137점)가 가동된 덕에 장비·인력이 빠르게 투입될 수 있었다고 한다. 진화 작전엔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도 힘을 보탰다.
사고 비행기는 본래 이날 오후 9시55분 출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출발이 20분 지연되며 주기장에서 대기하던 중 불이 났다. 소방 관계자는 “비행기가 예정대로 이륙해 공중에서 불이 났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에어부산 측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여객기에 탔던 30대 남성 A씨는 통화에서 “당시 안내 방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승객들이 공개한 사진·영상엔 가방 등 소지품을 챙겨 탈출한 이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이로 인해 탈출 당시 무질서가 더 심해졌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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