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尹, 22시 KBS 생방송 잡아놨다며 가버려…그건 국무회의 아니었다"

본문

17382683720595.jpg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 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 심의도 생략한 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일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한 총리는 “대통령님은 처음부터 국무회의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경찰의 12·3 계엄 관련 국무위원 조사 내용에 따르면 한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의 법적 요건 충족 여부에 대해 “국무위원들이 모였다는 것 말고는 간담회 비슷한 형식이었다”고 했다.

17382683722255.jpg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경찰 조사에서 “국무회의가 시작하고 끝날 때 의사봉을 두드리는 절차가 없었고, 아직도 그 회의가 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무회의가 열린) 소회의실은 보통 수석들이 대통령과 회의하는 장소로 사용된다. 소회의실에선 국무회의를 개최한 적이 없다”고 했다. 최 대행은 경찰 조사에서 비상계엄 국무회의 당시 소회의실의 좌석 배치도와 출입구 등을 직접 그려 제출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한 총리와 김용현·박성재·이상민·조태열·김영호 장관 등 일부 국무위원들이 집무실에 모인 자리에서 “이제 계엄을 선포한다”고 일방 통보했다고 한다. 참석자 대부분이 이를 만류하자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며 “이미 22시에 KBS 생방송이 이미 확정돼 있다”고 말했다.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대통령은 이미 생방송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계엄을 선포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는 의미다.

한 총리는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셔서 저는 ‘다른 국무위원들 말도 들어보시라’고 했고, 대통령은 ‘그럼 그렇게 한 번 모아보세요’라고 했다”고 국무회의가 열리게 된 상황을 경찰에 설명했다.

17382683723841.jpg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왼쪽)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 출석했다. 뉴스1

이상민 전 장관도 경찰 조사에서 “국무회의는 당연히 거쳐야 하는 절차이니 ‘국무위원들을 모아서 반대나 말리는 시도를 해보자’‘시간을 늦춰서 대통령 생각을 바꿔보자’ 이런 생각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도 “22시에 내려가야 한다”며 생방송 대국민담화 일정만을 언급한 뒤 회의장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경찰은 이날 열린 국무회의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날 국무회의에선 국무위원들의 주요 발언 요지를 정리한 회의록과 국무위원들이 서명하는 부서가 없는 것은 물론 국무회의를 선포 발언과 국기에 대한 경례 등도 모두 생략됐다.

윤 대통령은 그간 대국민 담화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 등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도의 통치행위이기 때문에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다만 국무회의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결론 나면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절차를 지키지 않은 위법이 된다. 경찰과 검찰은 계엄 선포 직후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 기관의 권능 행사를 방해한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와 함께 계엄 선포 절차의 위법성에 대해서도 관련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2,331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