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순 심장마비 아니다, 급사한 가족 있다면 의심해 볼 유전병

본문

설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뵙는 부모님, 안부를 물을 때 꼭 들어가는 게 '건강'이죠. 특히 겨울철엔 심장 건강에 관심을 갖고 점검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중앙일보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 도움말을 받아 명절 기간 부모님 심장 건강의 5가지 체크리스트를 연재합니다. 마지막은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홍래 교수가 전하는 '대동맥박리, 고혈압과 가족력 있다면 주의해야 할 질환'입니다.

17382683788114.jpg

설연휴 부모님 심장 건강 챙기는 법 ⑤

고혈압은 현대인에게 흔히 발생하는 만성 질환이다. 많은 사람이 고혈압을 단순히 혈압이 높은 상태 정도로 생각하며 관리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고혈압은 우리 몸의 혈관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적절히 관리되지 않을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대동맥 박리다.
대동맥 박리는 진단 즉시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중증 질환이다. 갑작스러운 가슴 또는 등 부위의 극심한 통증이 주요 증상이지만, 만성으로 진행되는 경우 통증이 없는 경우도 있어 방치되기 쉽다. 특히 가족 중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분이 있거나 유전적 대동맥 질환이 있는 경우라면 대동맥 박리 가능성을 꼭 고려해야 한다.

17382683789583.jpg

대동맥. 서울아산병원

대동맥 박리란

대동맥박리는 우리 몸에서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의 층이 갈라져, 터지기 직전의 상태를 말한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뿜어지는 피를 온몸에 전달하는 첫번째 파이프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3~4cm의 굵은 관처럼 생긴 대동맥이 심장에서부터 복부까지 내려온다. 지팡이처럼 생긴 대동맥은 심장에서 뿜어진 혈액이 윗방향을 향해 흐르는 상행대동맥, 대동맥이 아랫방향으로 내려가기 전에 혈액의 흐름이 바뀌는 대동맥궁, 대동맥 궁을 지나 아랫방향으로 혈액이 흐르는 하행대동맥, 그리고 횡격막 아래쪽인 복부대동맥까지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이렇게 온 몸통을 관통하는 대동맥을 단면으로 잘라보면 3개의 겹으로 되어있는걸 볼 수 있는데, 안쪽에서부터 내막, 중막, 외막이라고 한다. 이 겹과 겹 사이에 미세하게 파열이 발생하면 혈액이 흘러 들어가 대동맥이 혈액이 흐르는 방향인 세로방향으로 분리되는데, 이 질환이 대동맥 박리다.
급성 대동맥 박리는 대동맥 어느 위치에 생겼는지에 따라 응급도가 달라진다. 상행대동맥을 침범하는 급성 대동맥 박리가 가장 위험하다. 상행대동맥 박리는 1시간에 1~2%씩 사망률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고,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50% 정도는 사망하는 아주 무서운 질환이다.

17382683791204.jpg

대동맥박리 단면. 서울아산병원

대동맥 박리의 주요 원인, 고혈압

대동맥 박리의 가장 주된 원인은 고혈압이다. 전체 환자의 약 80%에서 고혈압이 있는 거로 분석된다. 혈압이 높으면 아무래도 심장에서 혈액이 뿜어져 나올 때의 압력이 세기 때문에 대동맥에 가해지는 힘도 크다. 아주 센 물줄기가 24시간 심장박동에 맞춰 뿜어져 나오는 걸 생각해보면 된다. 피의 압력이 강하다보니 대동맥 내막에 손상이 발생하면 그 찢어진 곳에 계속해서 피가 들어차면서 점점 더 박리 범위가 넓어지게 돼, 시간이 지날수록 사망률이 계속 높아진다. 고혈압 외에는 선천적 요인인 말판 증후군, 이첨판 대동맥 판막 등이 있는데 이는 모두 유전적 결함으로 인해 혈관 자체에 변성이 발생하는 것이 중요한 원인이다. 그 밖에도 노화, 동맥경화 등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증상이 없어도 알 수 있는 대동맥박리 가능성, ‘가족력’  

대동맥박리로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들은 보통 엄청난 통증을 경험한다. 말 그대로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가슴 앞쪽, 등쪽 견갑골(날개뼈) 사이, 또는 배 위쪽에 나타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증상이고, 대개 처음에 통증이 가장 심하고 이후 수 시간 이상 지속된다. 환자에 따라서는 심한 증상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지 않아도 대동맥 박리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는 단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가족력’이다. 특히 말판증후군 등 대동맥에 영향을 주는 유전적 질환을 진단받은 가족이 있다면 다 같이 검사를 해보면 좋다.  직계가족 중에 갑자기 숨진 사람이 있는 경우에도 가족들이 다 같이 검사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가족 중 갑자기 돌아가신 경우에 ‘대동맥 박리 때문에 돌아가셨다’고까지는 생각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급성 심장마비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대동맥박리 역시 병원에 오기 전에 절반 정도가 사망하기 때문에, 진단을 제대로 못 받고 사망하는 경우들이 있다. 이 경우 다른 가족들을 검사해보면 미처 몰랐던 유전 질환을 발견하기도 하고, 혹은 이미 대동맥이 늘어나 있는 ‘대동맥류’나 다른 대동맥질환을 발견하기도 한다.

진단받으면 바로 수술을 해야 할까

대동맥박리를 진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CT촬영이다. 극심한 통증으로 응급실에 내원하신 분들은 지체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응급CT촬영을 하게 되며, 통증이 없거나 대동맥 박리가 아니더라도 심장 초음파 검사로 대동맥이 늘어나 있진 않은지 등을 확인할 수도 있다. 상행대동맥에서 생긴 박리는 무조건 수술이 원칙이다. 쉽게 찢어지지 않는 인조혈관으로 상행대동맥에서 대동맥 초입까지 전체부위를 교체하게 되는데, 이 부위는 파열될 경우 사망에 이를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행대동맥 박리는 대개의 경우 당장 수술하는 게 원칙이 아니다. 초기에는 약물치료가 원칙인데, 하행대동맥은 워낙 수술 위험도가 크다 보니 초기에 다른 합병증이 없다면 약물치료를 하며 지켜보다가 필요한 경우 수술 혹은 스텐트 시술을 하기도 한다.

17382683792849.jpg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홍래 교수

대동맥 박리를 진단받았다면 가장 중요한 것  

사실 대동맥박리는 통증 때문에 갑자기 응급실로 실려 가 진단받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통증이 오고 증상이 나타났다면, 최대한 빨리 수술을 할 수 있는, 가까운 병원을 빨리 가야 한다. 하지만 하행대동맥으로 진단받아 앞으로 추적관찰이 필요한 경우라거나 유전질환이 의심된다면 다양한 진료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험 많은 병원을 선택하는 게 좋다. 대동맥 질환은 흉부외과가 수술하지만, 수술 외에도 혈압조절이나 대동맥박리 약물치료를 위해서는 심장내과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때로는 유전질환 진단을 받아 유전학센터의 진료를 계속 봐야 할 수도 있고, 재활의학과의 도움을 받아 심장 재활이 필요하기도 하므로 종합적으로 오랫동안 관리를 할 수 있는 병원에서 꾸준히 관리하기를 권한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2,325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