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성난 군중에 인질 무대에 세웠다"…살얼음판 걷는 휴전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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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합의를 이행 중인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을 한때 보류하는 일이 벌어졌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인질들을 군중 앞에 노출하는 등 석방 과정에서 위험한 환경을 조성했다는 이유에서다. 양측이 이처럼 신경전 끝에 인질과 수감자 교환을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살얼음판 위를 걷는 휴전 합의 이행의 한 단면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은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여군 아감 베르거(19), 민간인 여성 아르벨 예후드(29)와 남성 가디 모셰 모제스(80) 등 이스라엘인 3명과 태국인 5명이 풀려났다고 전했다. 태국인들은 이스라엘 남부 농장에서 노동자로 고용돼 일하던 중 하마스에 피랍됐다.
가자지구 북부에서 풀려난 베르거는 복면으로 얼굴을 감춘 하마스 대원들에게 둘러싸여 적십자사에 인계되는 과정에서 무대에 올라 군중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총기를 든 하마스 대원이 먼저 손을 흔들라는 지시를 하자, 이에 응하는 모습이었다.
가자지구 남부에서 석방된 다른 이스라엘 민간인 2명과 태국인 5명의 경우 이들이 탄 차량을 수백 명의 군중이 에워싸고 흔드는 광경도 동영상으로 공개됐다. 민간인 2명은 성난 군중에 둘러싸이는 바람에 적십자 차량으로 옮겨 타는데 1시간 이상 걸렸다. 하필 이들이 풀려난 장소는 전쟁의 발단이 된 2023년 ‘10‧7 기습’을 기획했다가 이스라엘에 제거된 하마스의 전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자택 앞이었다고 한다. 사실상 하마스가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 인질 석방 장소를 고른 것이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들 영상을 본 후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보류를 지시했다. 네탸냐후는 “충격적인 영상”이라며 “이런 일이 다신 일어나지 않도록 (이집트·카타르 등) 중재국들이 인질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휴전 협정 파행 우려도 나왔지만, 인질들의 무사 귀환을 확인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을 재개하며 맞교환 유보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스라엘 당국자는 “중재국을 통해 다음 번 석방에선 인질들의 통행 안전을 보장받았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말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 역시 “하마스의 합의 위반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음번 인질 석방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 19일 휴전 합의를 발효했다. 6주(42일)간의 휴전 1단계에선 하마스가 인질 33명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수감자 1904명을 석방하기로 했다. 2단계부터는 이스라엘 남성 군인 석방, 영구 휴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를, 3단계에선 가자지구 재건을 진행한다.
그러나 하마스 측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연료, 텐트, 중장비 등 구호품 전달을 늦추고 있다”고 비난하는 등 휴전 합의 이행을 둘러싸고 잡음이 계속 일고 있다.
이처럼 긴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민간 군사서비스업체(PMC)인 UG솔루션스가 가자지구 검문소에 미 특수부대 출신 퇴역 군인 96명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은 30일 전했다. 사실상 용병을 가자지구에 투입한 셈이다. 이들 퇴역 군인은 1만 달러(약 1452만 원)의 선급금 외에 일당 1100달러(약 160만 원)를 받는다고 한다. 이들은 차량 검사를 주로 맡을 예정이나, 방어권 차원에서 미군이 쓰는 M4 소총과 글록 권총 등으로 무장한 상태다. 업체 내부 소식통은 통신에 “일부는 이미 배치가 됐다”고 말했다.
앞서 아랍에미리트(UAE)가 가자지구 평화유지를 위해 미 PMC 배치를 제안했었다. 그러나 가자지구 전쟁에 미국이 끌려들어갈 우려가 있어 서방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로이터는 “이스라엘과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아랍국이 이번 계약에 자금을 지원했고, 미국은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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