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세계대전은 끝났지만...유럽의 잔혹한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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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 대륙
키스 로 지음
노만수 옮김
글항아리
올해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80년이 된다. 영국의 교양역사서 저술가인 지은이는 세계대전의 역사만큼 전후사에 주목한다. 종전 뒤 평화와 안정이 곧바로 찾아오지 않고 굶주림, 도덕적 타락, 약탈, 도둑질, 암시장, 폭력, 집단 강간의 혼란기가 이어지면서 역사의 트라우마를 증폭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비인간적인 보복‧학살‧내전‧갈등이 이어졌으며 이러한 전후사의 비극이 오늘날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분쟁과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1940년 소련에 점령당한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의 발트 3국은 2차대전이 끝난 뒤에도 1950년대까지 반소련‧반공 빨치산들이 저항운동을 벌였다. 발트 3국이 소련에서 독립한 뒤 발 빠르게 유럽연합(EU)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해 서방의 일원으로 러시아에 맞서는 배경이다. 우크라이나 서부지역에서도 민족주의자들이 같은 시기 게릴라전을 벌이며 한때 나치와 손잡았던 공산체제에 맞섰다. 1990년 우크라이나 독립과 2013~2014년 친러 정권을 무너뜨린 유로마이단 혁명도 오랜 민족주의 투쟁사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폴란드인의 반러시아 투쟁의 전통도 길고 깊다.
발칸반도에선 크로아티아계 친나치 우스타샤와 세르비아계 왕당파 체크니크는 서로 앙숙이었다. 이들은 공산주의 빨치산 세력과 삼각 내전을 벌이면서 서로 학살극을 연출했다. 이러한 분쟁과 인종학살의 역사는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해체와 내전의 기원이 되었다.
독일인들은 승전국들이 1945년 국경선을 고치면서 처절한 보복을 당했다. 체코슬로바키아에서 300만 명, 다른 나라에서 180만 명 이상이 쫓겨났으며, 전체 1173만 명 이상이 난민이 됐다. 전후 체코슬로바키아인들은 독일계 소수민족을 나치 침략의 길을 열어준 배신자로 간주했다. 이들은 종전 직전부터 독일계에게 학살과 잔학행위, 폭행, 강제수용소 감금, 강제 노역 등 극단적인 사디즘의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독일인을 수용한 폴란드의 일부 수용소는 식량 부족과 장티푸스 등 전염병으로 일정 부분 ‘독일인 절멸수용소’ 노릇을 했다.
독일이 2차대전 기간에 유럽 12개국 이상을 지배하고 6개국 이상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각국에 협력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내부의 적’ 또는 ‘조국의 배신자’들은 전후 이탈리아에선 1만2000명에서 2만 명이, 프랑스에선 해방 기간에만 9000명 이상, 해방 직후엔 수천 명이 처형됐다.
지은이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독일과 한국, 그리고 중국의 분단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분쟁에 주목하면서 독자들에게 “결코 경솔하게 전쟁을 지지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특히 아시아가 유럽의 성공이 아닌 실패에서도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제 Savage Contin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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