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팬데믹이 드러낸 취약점...'만일의 사태' 대비로 재편되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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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붕괴의 시대
피터 S 굿맨 지음
장용원 옮김
세종서적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세계의 공장이기도 한 중국 공장들이 당국의 폐쇄 명령에 따라 대거 멈춰 섰다.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인 중국 산업의 대혼란은 전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당시 전 세계 자동차 컴퓨터 칩의 80~90%를 생산했던 대만 TSMC는 코로나 여파로 주문이 급감하자 칩 생산을 대폭 줄였다. 그러나 자동차 구입은 오히려 폭증했다. 사람들이 접촉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을 피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때는 이미 늦었다. 세계는 심각한 칩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
글로벌 공급망이 갑자기 붕괴되기 시작한 5년 전 모습이다. 인력난과 원자재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에다 컨테이너 공급의 고갈, 항구의 교통 체증, 화물차 기사 부족 등 물류대란이 겹쳐 공급망 마비는 더욱 심각해졌다. 코로나는 이전 수십 년에 걸쳐 누적돼 온 공급망 취약성의 가면을 벗겨 낸 것 뿐이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경제전문기자 출신인 피터 굿맨이 지은 『공급망 붕괴의 시대』는 반도체 칩부터 의약품 원료, 화장지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공급망의 허술함을 정교하게 파헤쳤다. 이 책은 중국이 전 세계 제조업의 공급망 허브로 급부상하게 된 이야기부터 미∙중 무역 갈등, 코로나로 공급망이 일시에 무너졌다가 급격히 재편되는 과정까지 세계 경제현장 곳곳을 누비며 취재한 내용을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풀어냈다. 공급망 붕괴 현상뿐만 아니라 그 근저에 깔려 있는 원인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기업들은 물론 정책 담당자들에게도 생생한 교훈이 될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무엇보다 전 세계가 생산 대부분을 한 나라, 즉 중국에 맡기면서 생긴 함정에 빠졌다. 공장들이 효율을 중시하면서 최소한의 부품과 원자재만을 유지하는 ‘적기공급생산방식’ ‘린(lean) 생산’ 도 위기 시에 공급망의 취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세계 경제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여유가 거의 없는 상태로 팬데믹을 맞이한 것이다.
이제 세계 경제의 공급망은 재편되고 있다. 오랫동안 중국 공장에 의존해 오던 글로벌 기업들은 차츰 다른 지역에서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자국에 생산기지를 두는 리쇼어링, 대양 건너가 아니라 바로 이웃 나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니어쇼어링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품 중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코로나 이전인 2017년에서 2022년 사이에 5% 감소했다. 적기공급(Just in Time) 대신 충분한 원자재 확보를 통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방식(Just in Case)’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관세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27일 “한국산 세탁기가 번창하고 있다”며 외국 기업들에 대한 관세 강화를 시사했다. 이런 정책을 통해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공약을 또다시 추진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에 한국 기업들은 큰 도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리쇼어링과 니어쇼어링은 공급망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기업들의 생산 기지 다변화 노력이 주목된다. 이 책은 글로벌 공급망에 관한 과거 분석서도 되지만 동시에 미래 예언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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