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코펜하겐의 높은 행복지수, 의자ㆍ조명 디자인 때문만은 아냐[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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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도시
박희찬 지음
돌베개

덴마크 디자인의 정수로 꼽히는 PH램프, 그중 가정용으로 나온 게 PH5다. 램프를 디자인한 폴 헤닝센(1894~1967)의 이니셜에 가장 큰 원판 지름이 50㎝라 숫자 5를 붙였다.

건축가였던 헤닝센은 1926년 조명업체 루이스 폴센과 협업해 PH램프를 내놓았다. 100년 전 램프가 지금도 각광받는 건 빛의 분산이라는 공학적 당위성에 충실했기 때문. 램프 위 가장 큰 원판은 굴절되는 빛을 확장해 방 전체를 은은하게 밝히고, 램프 맨 아래의 원통은 바로 밑에서 책 읽기 좋은 광량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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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크리스티안스하운 운하를 따라 늘어선 건물들이 물에 비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 책은 덴마크를 가까이서, 또 멀리서 본다. PH램프 같은 제품 디자인부터 주거형태나 도시계획까지, 크고 작은 것을 함께 이야기하는데 저자는 각 장을 1:10부터 1:10000 스케일까지 깔끔하게 분류했다. 수도 코펜하겐에는 임대는 하되 매매는 할 수 없는 협동조합 주택이 주거의 30%를 차지한다. 도시계획은 코펜하겐을 손바닥으로, 주변 도시를 손가락으로 삼아 확장해 나갔다('핑거 플랜'). 철도와 도로망으로 도시와 교외를 잇되, '손가락' 사이사이를 녹지로 남겨 삶의 질을 높였다. 나아가 수도권에 자전거 전용 고속도로도 만들고 있다.

서울 7분의 1 크기에 인구 60만 명의 작은 수도 코펜하겐은 300년 동안 서서히 근대화를 이뤘다. 가장 일반적인 주거 형태는 저층형 공동주택인 ‘레케후스’. 주민들은 사잇길에 테이블을 펼쳐 놓고 함께 식사하고 아이들을 뛰놀게 한다. 100년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근대화를 급속히 이룬 서울과는 많은 것들이 달라도 너무 다른데…. 두 도시를 오가며 활동하는 건축가인 저자는 코펜하겐이 행복지수 2위(유엔 지속가능발전 해법 네트워크 ‘2024 세계행복보고서’)를 기록한 비결을 도시건축에 투영된 관계 맺기에서 찾았다.

젊은 커플들이 입주해 살면서 최소 2~3명의 아이를 낳아 키우는 공동체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 만들었지만 계층ㆍ소득과 관계없이 누구나 신청해 살 수 있기에 편견이나 위화감이 덜하다는 사회주택에서 ‘다르게 살아볼 가능성’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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