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2월 마카오에서 마카오 주둔 인민해방군의 사열을 받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베이징 서부에 핵 공격에도 안전한 지하 방공호(벙커)가 포함된 대규모 군사 지휘센터를 건설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시설의 규모는 '펜타곤(미국 국방부 청사)'보다 최소 10배 이상 큰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자신들이 입수한 위성사진과 전·현직 미 정보 당국자들의 분석을 토대로 중국 인민해방군이 베이징에서 남서쪽으로 30㎞ 떨어진 곳에서 지난해 중반부터 건설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1500에이커(약 6㎢) 규모의 대형 군사 복합단지 건설인데, 사안을 아는 이들로부터 ‘베이징 군사 도시 프로젝트’로 불린다고 한다. 현장에는 깊은 구덩이들이 포착됐는데, 군사 전문가들은 여기엔 핵전쟁을 포함한 분쟁 시 군 지휘부를 보호하기 위한 크고 견고한 벙커가 들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미 정보 당국은 건설 중인 복합단지가 전시에 중국의 군 지휘본부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면밀하게 모니터링 중이다. 규모는 펜타곤의 10배 이상으로 완공 시 세계 최대의 군사 지휘본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위성사진 전문업체 플래닛랩스의 도움을 받아 촬영한 중국 베이징 서부 건설현장의 모습. FT는 해당 시설이 중국의 신규 군사 복합 지휘 시설이라고 전했다. 사진 FT 홈페이지 캡처

실제로 위성 사진을 살펴본 전문가들은 현장에 철근 콘크리트와 깊은 지하터널 등 민감한 군사시설의 모든 특징이 나타난다고 평가했다. 미 국가지리정보국(NGIA)의 이미지 분석가 출신 전문가 레니 바비어즈는 “5㎢ 면적에 크레인 최소 100대가 작업하고 있다”며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 추가 정보가 필요하겠지만, 지하통로로 연결된 여러 지하시설이 건설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FT는 이 공사가 중국이 2027년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무기 개발과 각종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정보당국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 침공 능력을 갖추라고 명령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중국군은 핵무기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또한 자신들의 약점이라고 지적돼 온 분산된 군사 조직을 통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새로운 지휘센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직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FT에 “현재 베이징 서부 시산(西山)에 있는 중국의 주요 보안지휘센터는 냉전 시기에 지어졌고 베이징 도심의 인민해방군 본부도 전시 지휘본부로는 안전하지 못하다”며 “새 시설의 규모와 일부는 지하로 들어가 있는 특징은 이곳이 전시 지휘 본부로 시산의 복합단지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만 국방부와 가까운 두 소식통도 중국군이 새로운 지휘본부를 건설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FT에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중국 분석 책임자를 지낸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보도 내용이 맞는다면 이는 세계적 수준의 재래식 전력뿐만 아니라 첨단 핵전쟁 전투 능력을 구축하려는 중국의 의도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건설 장소가 지하 벙커용으로 적합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대만 싱크탱크 '전략 및 워게임 연구협회(CSWS)'의 쉬옌즈 연구원은 “부지 면적이 일반적인 군 기지나 군사학교보다 훨씬 넓어서 (그보다는) 행정조직이나 대규모 훈련기지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해당 사안과 관련한 질문에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며 “중국은 평화 발전과 방어적 방위 정책에 전념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미 국가정보국(DNI)은 이와 관련해 논평하지 않았다고 FT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