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판타지인데 묘하게 현실감있네”…‘중증외상센터’, 넷플릭스 글로벌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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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는 전장을 누비던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이 유명무실한 한국대병원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를 그린다. 사진 넷플릭스

여기저기 폭탄이 떨어지는 중동의 한 전쟁터. 굉음과 함께 폭발물이 떨어진 건물 사이로 오토바이를 탄 의사 백강혁(주지훈)이 등장한다. 백강혁은 오토바이 곡예를 펼친 끝에 병원 건물을 발견하지만, 근처에서 폭탄이 터지면서 쓰러지고 만다. 넘어졌지만 그의 눈빛은 나뒹구는 혈액백과 항생제에 꽂혀있다. 이내 물건을 챙기고 일어난 백강혁은 도움이 필요한 병원에 도착하고 숨을 몰아쉰다.

지난 24일 공개된 8부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의 시작 부분이다. 외과 전문의 백강혁 이야기를 그린 메디컬 장르라면서, 긴장감 넘치는 블록버스터 액션을 3분 30초 가량 먼저 보여준다. 다른 에피소드에서도 백강혁은 등산 중 추락한 환자가 있다는 구급대원의 말에 헬리콥터에서 레펠(높은 위치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오는 것)을 하고 절벽 사이로 점프하며 사고 장소로 향한다. 백강혁은 국제평화의사회 소속으로 전쟁지역에서 의료활동을 해오다가 한국대병원 중증외상센터 교수로 부임한 천재 외과 전문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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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주지훈은 '중증외상센터'에서 극한의 상황에서도 타협 없는 불도저 활약을 펼치는 천재 의사 백강혁을 연기했다. 사진 넷플릭스

앞서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연출자 이도윤 감독은 “메디컬 드라마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어찌 보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며 ‘활극에 가까운 메디컬 히어로물’이라고 장르를 정의했다. 이를 잘 보여주기 위해 이 감독은 대규모 인원을 동원한 모로코 로케이션으로 시각적인 쾌감을 줬고, 백강혁 캐릭터를 극한의 상황에서도 타협 없는 불도저로 설정해 통쾌함을 선사했다.

메디컬 중심으로 복합 장르를 녹여 낸 ‘중증외상센터’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했다. 30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2’(3위)를 제치고 넷플릭스 TV쇼 부문 2위에 올랐다. 한국을 비롯한 대만, 홍콩, 싱가포르, 멕시코, 칠레, 파라과이 등 14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일본에선 5위, 미국에선 9위에 랭크했다. 넷플릭스 20~26일 주간 집계에서는 공개 3일만에 글로벌 TV쇼 (비영어) 부문 3위를 달성했다.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는 470만을 기록했다.

‘제자 1호’ 추영우와의 유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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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항문외과 레지던트 양재원(추영우)은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에게 발탁돼 중증외상센터로 옮긴다. 사진 넷플릭스

드라마 속 영웅 서사는 백강혁만의 몫은 아니다. 4년차 레지던트 양재원(추영우)은 백강혁을 따라 각종 사고 현장에서 환자들을 돌본다. 백강혁은 자신의 가르침을 곧 잘 따라오는 양재원을 항문외과에서 중증외상센터로 옮기게 하고, 자신의 첫 제자로 받아들인다. 체력과 실력, 판단력, 행동력 등 모든 것을 갖춘 비현실적 인물인 백강혁과 달리 양재원은 현실에 있을 법한 캐릭터로 상반된 조화를 이룬다. 계속되는 당직에 괴로워한다거나, 백강혁 호통에 못이겨 헬기를 타고 고소공포증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백강혁이 쓰러지는 결정적 순간엔 그를 살려내는 수술을 성공시키는 성장 스토리로 뭉클함을 안긴다.

백강혁, 양재원외에도 중증외상센터의 베테랑 간호사 천장미(하영), 뚝심 있는 마취통증외과 레지던트 박경원(정재광)이 중증외상센터 안에서 팀워크를 형성한다. 인도 매체 인디아 투데이는 ‘중증외상센터’에 별 5개 중 4개를 부여하고, “가족을 이뤄가는 무언의 유대감이 백강혁과 제자들 사이 묻어난다”고 리뷰했다.

매체는 또 빠른 속도의 수술 장면과 세심하게 설정한 수술 소품들에 주목했다. “수술실에서의 적절한 긴장감이 몰입감을 극대화한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 감독은 리얼리티와 판타지의 적절한 구분에 중점을 두고 연출했다. 그는 “작품의 주요 공간인 응급실과 중증외상센터는 생명이 오가는 긴박한 장소이기 때문에 최대한 엄숙하고 진중한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백강혁이 활약했던 과거 장면 등은 과장된 미술로 포인트를 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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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센터'에서 팀워크를 이루는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 외과 레지던트 양재원(추영우), 마취통증외과 레지던트 박경원(정재광), 외과 간호사 천장미(하영). 사진 넷플릭스

생명을 위협하는 관료주의

‘중증외상센터’의 위기는 의료상황에서가 아닌 금전과 내부 갈등에서 비롯된다. 중증외상센터는 운영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곳이라서, 병원장 최조은(김의성)과 기조실장 홍재훈(김원해)은 어떻게 해서든 센터를 멈추게 하려고 한다. 홍재훈은 헬기 출동까지 막아서며 환자를 살리기보다 병원 적자를 줄이는 것에 집중하고, 이를 알게 된 백강혁은 “골든아워만 지켰으면 사람을 살릴 수 있었다”고 폭로한다. 마취통증의학과 펠로우 황선우(김충길)는 공무원 마인드로 근무하며 응급실 호출을 회피하는 인물이다. 의사로서 자질도 부족한데 성격도 좋지 못해 중증외상팀과 사사건건 부딪힌다.

미국 타임은 ‘중증외상센터’를 관통하는 메시지인, ‘돈이 있어야 환자도 치료할 수 있다’는 주제에 공감했다. “의료 인프라에 대한 적절한 투자가 없다면 가장 숙련된 의료팀조차도 생명을 구하려는 노력에 방해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서 NBC에서 방영 중인 시트콤 ‘세인트 데니스 메디컬’도 비슷한 주제를 공유한다고 분석했다. 해당 시트콤도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병원을 배경으로, 사람을 살리고자 고군분투하는 의료진 이야기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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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엔 최고의 지원군 보건복지부 장관 강명희가 나온다. 사진 넷플릭스

다행인 건, ‘중증외상센터’엔 최고의 지원군으로 보건복지부 장관 강명희(김선영)이 있다는 것이다. 강명희 장관은 백강혁을 전폭적으로 밀어주면서, 중증외상센터 의료인력 추가 및 닥터헬기 마련 등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장관에 시달리며 어쩔 수 없이 백강혁에 끌려다니는 최조은의 모습은 웃음을 유발한다. 미국의 콘텐트 리뷰 사이트인 IMDB는 “의료보다 금전적 문제를 우선시하는 매우 보편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위기 극복에 뛰어난 이단적 주인공을 내세우는 것은 메디컬 장르에선 익숙한 패턴인데, 이 안에 진심과 유머를 섞어 매력적인 내러티브를 제공했다”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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