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월 1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또 중국·러시아·브라질·인도 등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에 대해서도 "달러에 맞서는 통화 정책을 펼 경우,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재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캐나다·멕시코 관세가 토요일(2월 1일)에 시작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토요일에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난 캐나다에 25%, 멕시코에 별도로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들 국가와 매우 큰 적자를 보기 때문에 관세를 정말로 부과해야 한다. 이 관세는 시간이 지나면서 오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멕시코에 불법 이민과 마약 밀매를 문제 삼으며 2월 1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두 국가는 미국 정부와의 협력을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추방된 이민자를 수용하기로 한 콜롬비아에 대해선 관세를 보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9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도 인사청문회에서 "두 국가가 신속히 행동하면 관세는 없을 것"이라면서, 실제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뒤집고 강행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원유도 관세 대상이냐는 질문에는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며 "이는 원유 가격과 두 나라가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원유에 대한 관세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 소비자에게도 부담을 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서도 2월 1일부터 1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결국 관세를 내게 될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에 펜타닐을 보내 우리 국민을 죽이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캐나다가 대응 방안으로 보복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익명의 캐나다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 플로리다주의 오렌지 주스 등 트럼프와 (정치적으로 연관이 깊은) 주(州)의 생산품을 겨냥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4년 10월 24일 러시아 카잔에서 브릭스(BRICS)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AP=연합뉴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브릭스에 대해 "적대적인 이들 국가에 새로운 자체 통화를 만들거나 기존 통화로 달러화를 대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으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고, 이들은 훌륭한 미국 시장과 작별 인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브릭스 내에선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달러의 대안을 찾자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특히 중국은 10년 전부터 자국 통화인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며 달러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부터 브릭스의 이런 움직임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그는 "국제교역뿐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든 브릭스가 달러화를 대체할 가능성은 없다"며 "어떤 나라라도 달러화 대체를 시도하면 관세를 얻어맞고 미국 시장과 작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